독자마당

[독자마당] 하느님께서는 늘 저와 함께 계셨습니다

최정래(바오로·부산교구 울산 염포본당)
입력일 2018-04-17 수정일 2018-04-18 발행일 2018-04-22 제 309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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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옛날에 까마귀와 꿩이 많다하여 붙여진 이름 ‘오치골’. 그 아래 우뚝 솟은 우리 염포성당. 40년 가까이 지역 복음화에 힘써온 신앙공동체이다. 2010년 크리스마스 때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아들이 된 지 7년이 지났다. 서로의 호칭을 형제님, 자매님을 넘어 “형님아! 아우님아!”라고 부르며 친형제보다 더 가까운 친교를 이루고 있는 우리 염포성당.

신부님의 가슴에 와닿는 강론과 성지순례, 체육대회, 성령 묵상회 등 너무나 많은 은총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2017년 연말에 나에게 신앙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교우님에게서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은 것과 스트레스들이 많이 쌓여, 밤에 잠자리에 들면 화가 치밀어 오르고 ‘왜 그럴까’를 생각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며칠을 잠을 이루지 못하니 체력은 다 떨어지고 의욕을 상실하게 되었다.

고민 끝에 성당 활동을 좀 쉬어야겠다 생각하고 활동 중이던 성가대와 레지오 카톡방에 “당분간 참석을 못 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얼마 후 “어디가 아프냐? 멀리 여행을 가느냐?”며 단장님들의 문자가 들어왔지만 아무런 답장도 할 수가 없었다.

이틀 정도가 지났을까. 레지오마리애 단장님이 긴 문장을 카톡으로 보내왔는데 그 문자 중에 “우리가 세상에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라는 문구에 내 눈이 멈췄다. 그리고 그 글을 읽는 순간 무엇인가가 내 뇌리를 내리쳤다. 그리고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래, 맞아. 내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고 하느님 아들이 되었는데…. 내가 왜 이러지.”

반성하며 정신을 가다듬으니, 내 성격이 외골수이고 편협하고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후회를 하면서 통회의 기도문 ‘내 탓이오’를 몇 번이나 외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하면서 무뚝뚝하고 유머가 없는 내 성격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교우님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지오 단장님 카톡을 받은 것은 오전이었고 나는 기운을 차려 그날 저녁 참석을 안 하겠다던 성가대 모임에도 기쁜 마음으로 참석을 하고, 봉사직도 맡는 은총을 받게 되었다.

마음이 어려운 시기에 문자를 보내주신 천사들의 모후 레지오 단장님 감사합니다. 그러한 문자를 보낼 수 있게 인도해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모자람이 많고 실천 또한 부족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겠습니다. 하느님께 다가가도록 이끌어주시는 신부님께도 늘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저에게 많은 것을 주신 하느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최정래(바오로·부산교구 울산 염포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