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66) 개 합니꺼? ③·끝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8-04-17 수정일 2018-04-17 발행일 2018-04-22 제 309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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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잡힌 동물복지 이루는 것이 중요
중세 유럽 흑사병 유행에는 길고양이 대량 학살도 연관
동물에 대한 분노 일반화 되면 사회적 약자에게 확대될 수도

“거참, 신부님 말씀 듣다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닙니다. 뭐 깊은 뜻이 있고…. 참 어렵네요.”

“그렇습니까? 길고양이 이야기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하면, 중세기 유럽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병은 흑사병(페스트)이었습니다. 실제로 중세 유럽에서 7500만 명에서 2억 명 정도가 흑사병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인구수가 적었던 중세기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숫자입니다. 흑사병 원인균이 쥐를 통해서 전염된다는 것은 알 것입니다. 그런데 중세기에 왜 갑자기 쥐가 많아져서 사람들에게 흑사병을 옮겼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마녀사냥을 위해서 마녀의 부하인 길고양이를 대량으로 죽인 결과, 길고양이가 없어진 지역에서는 쥐들이 들끓었고 흑사병이 유행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참 우습죠? 무고한 사람을 마녀라고 몰아서 죽인 이들에게 자연이 이렇게 복수할 줄이야.”

“신기하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력에 좋다고 뱀을 하도 많이 잡아먹는 바람에, 들쥐들이 많아져서 ‘쯔쯔가무시’가 유행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자연과 생태계는 균형이 잡혀야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죠. 우리 신앙도 하느님 안에서 균형이 잘 잡히면 좋겠습니다. 길고양이 이야기를 하면 노르웨이와 일본이 생각납니다. 없는 돈에 어렵게 신부님 몇 분들과 함께 노르웨이에 갔었는데요. 길가에서 편하게 누워 자는 길고양이를 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갈 줄 알았는데 그냥 누워 자는 겁니다. 귀여워서 쓰다듬어 주니 기분 좋은지 고로롱거리면서 계속 자는 겁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이 안 되죠. 고양이의 나라라는 일본에서는 더 놀란 것이, 성당이나 신사를 방문하면 고양이 한두 마리쯤은 쪼르르 달려와서 제 바짓가랑이 사이를 지나다니며 부비거나 발 앞에 누워서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를 부립니다(물론 일본에서도 길고양이 때문에 주민 간에 갈등이 있고 살인까지 일어나긴 합니다). 길고양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태도가 어떠한지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뭐 길고양이 한 마리 어떻게 대하느냐가 무어 그리 대수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지만 우리와 어울리지 못하는 동물에 대한 적개심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징후입니다. 길고양이가 사람을 피해 도망가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공격 받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길고양이에 대한 공격성이 확대 표출되면, 노숙자에 대한 공격으로 바뀔 수도 있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격으로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사회라면 사회적 약자들이 그냥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또는 아무 이유 없이 공격당할 수 있습니다. 한갓 길고양이에게도 친절한 사회라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더 친절하겠습니까? 동물에 대한 복지가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너무 동물에 대한 복지만을 부르짖다가 하느님과 사람을 잊으면 안 됩니다.”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