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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한국가톨릭문학상 특집] 본상·신인상 심사평

입력일 2018-04-10 수정일 2018-04-10 발행일 2018-04-15 제 309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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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삶에서 건진 구원의 서사” 
“어른들의 세계까지 끌어안는 동심”

● 본상·신인상 심사평

“바닥 삶에서 건진 구원의 서사” “어른들의 세계까지 끌어안는 동심”

제21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김주영 작가의 장편소설 「뜻밖의 生」은 ‘바닥의 삶에서 건진 구원의 서사’다.

‘인생이 뭔지 알아? 걸어 다니는 그림자야. 해 떨어지면 사라지는 것이지.’ 주인공 박호구의 이 말은 결국 작가가 우리들 세상에 던지는 말이다.

주인공인 박호구가 살아낸 세월은 더 상상할 수 없이 고통스럽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소설가가 들려주는 건, 인생은 그림자와 같지만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분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일지 모른다. 소설 뒷부분에서, 따뜻한 손을 서로 마주 잡는 것만으로도 구원을 느낀다는 대화 한 토막은 소설가 김주영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위안의 말이다.

누구도 쉽게 써 내려갈 수 없는 이야기와 등장인물, 삶의 현장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사실적 묘사는 노작가의 장인적 세련됨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이 이채로운 소재로 생동하는 풍요한 의미의 소설을 만났다.

신인상 수상자인 김유진 작가의 동시집 「뽀뽀의 힘」은 ‘원초적 언어의 공간’을 담고 있다.

어린 아기가 처음에 “엄마”라고 말을 한다. 이것은 인간 본능의 첫 표현이다. 이미 실용의 재료가 돼 사전에 채집된 언어는 시가 아니다. 나비처럼 잠자리처럼 날아다니는 생명력을 가진 것이 시이며, 더 근원적인 것이 동시다.

동시집 「뽀뽀의 힘」에 실린 동시들은 단순한 동심으로 자연과 인생의 공간을 자유로이 소통하고 있다. 동심은 아파트 계단에 시간별로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부류를 신기하게 눈여겨보기도 하고, 공원에서 종일 친구들을 기다리는 외로움도 겪는다. 어른들의 세계까지 다 수렴하고 넘어선다. 김유진 동시인이 동시와 함께 아동문학 평론까지 한다는 데에 관심과 기대를 가지며 장래의 큰 업적을 바란다.

심사위원 구중서, 신달자, 이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