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새 성당 봉헌하는 청주 새터본당

이주연 miki@catimes.krrn사진 박원희
입력일 2018-04-10 수정일 2018-04-18 발행일 2018-04-15 제 309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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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성전에 빛이 스며든다… 따스한 주님의 손길같은
본당 설정 7년 만에 새 성전 건립
수제잼 판매 등 자금 마련에 노력
웅장한 모습에 지역민 관심도 커져

4월 14일 성당 봉헌식을 거행하는 청주 새터성당 전경.

청주 청원구의 ‘새터로’는 사천동에 있던 마을 이름 ‘새터’에서 유래됐다. 새터로 176번길 59에 위치한 새터본당(주임 정용진 신부)의 이름도 이를 따랐다.

본당은 4월 14일 오전 10시30분 교구장 장봉훈 주교 주례로 성당 봉헌식을 거행한다. 2011년 8월 16일 설립 이후 본당 설정 7년을 맞으며 그 이름처럼 지역 복음화의 새로운 터전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신자 수 1663명의 작은 공동체가 블루베리를 끓여 수제잼을 만들고 손끝이 아리도록 묵주를 만들어 가며 힘을 모은 결과다.

성당 계단의 스테인드글라스.

■ 전례 공간으로의 집중

새 성전은 건축면적 643.35㎡에 연면적 1447.44㎡,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다. 1층에 교리실과 사무실, 친교 카페 등을 두었고 성당은 300여 석 규모로 2층에 마련됐다.

설계 과정에서부터 본당은 ‘거룩한 성전’, ‘신심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성전’, ‘기도하는 성전’을 기본 콘셉트로 잡았다. 이러한 토대 아래 성당은 전례 공간으로서의 기능에 집중하면서도 아치(Arch) 형식을 제단과 회랑에 도입해 경건함과 엄숙함을 표현했다. 또 고딕 건물에서 볼 수 있는 볼트 천장구조를 통해 중세 성당 천장의 심미적인 이미지를 연출했고, 따듯함을 강조하기 위해 곡선을 많이 활용했다.

나무 본연의 은은한 색감을 살린 제대 십자가와 십자가의 길 14처는 편안함을 더한다. 특히 십자가의 예수님은 수난과 고통, 죽음을 넘어선 희망을 담은 표정이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품어주는 자비의 하느님을 보이고 있다.

‘구원의 빛’(Lux Salutis)을 주제로 한 스테인드글라스도 눈길을 끈다. 제대 왼편에는 구원을 상징하는 물고기, 오른편은 골고타 언덕을 오르는 예수님 모습을 십자가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제대 상부 창에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백합꽃을 넣어 천상의 모후 마리아를 드러냈다. 양측 창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창이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빛 그림자를 제대 벽에 드리우는 역할을 한다.

십자가·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한 성미술 부분은 정수경(카타리나) 교수가 책임을 맡은 인천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성전 외형에서도 아치스타일이 돋보인다. 성당 기능에 맞는 디자인 요소로서 뿐만 아니라 비례감 있는 면을 보여주는 장치가 되고 있다. 가로로 긴 회랑과 약간 비틀린 지붕의 수평적 디자인, 좌우 건물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첨탑의 수직적 구성도 인상적이다.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파벽돌 사용은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은 듯한 그윽함을 안겨준다.

■ 작은 정성들이 쌓여 아름다운 결실로

2017년 4월 5일 기공식 일정으로 따지자면 실질적인 공사 일정은 1년여 정도이지만, 건축 준비는 2015년 제2대 주임 정용진 신부가 부임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어느 본당에서건 새 성전을 짓기 위한 공동체의 노력은 눈물겹다. 특히 자금 마련은 큰 숙제다. 새터본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본당은 별도의 건축헌금 모금 없이 자발적인 헌금으로 기본적인 기금을 모았다. 그에 더해서 주임 신부는 각 성당으로 모금을 다녔고, 신자들은 블루베리 수제잼·약과·식혜·김치 등을 만들어 팔았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로사리오 팀’을 꾸려 매듭 묵주를 제작·판매하는 일도 벌였다.

공동체 연령대가 평균 60~70세인 상황에서 묵주를 만들다 손마디 관절이 붓기도 하고, 진통제를 먹으며 잼을 만들기도 했지만 ‘컨테이너 임시 성전이 아닌 아름다운 성전에 예수님을 모시고 싶다’는 마음이 육체적인 피로와 힘듦을 이겨내도록 만들었다.

성경 속 ‘가난한 과부의 헌금’같은 미담들도 공동체에 마음의 힘을 보탰다. 폐지를 모으며 생활하는 처지에 성전 기금 약정서를 가지고 찾아왔던 할아버지, 노점상을 하는 옆 본당 신자가 ‘성전 짓느라 고생하는데 보태시라’며 편지와 함께 넣어준 성금, 건축 현장에 외장 목수로 참여했던 분이 100만 원을 선뜻 헌금한 사연 등은 잊지 못할 기억과 감동으로 남아 있다.

건축위원장 박동휘(토마)씨 활동은 성전건립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다. 박 위원장은 건축위원장을 맡은 후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건축 현장을 찾아 현장 소장 업무를 지원했다. 누가 시킨 것도,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었는데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박 위원장의 그러한 열심함은 본당 주임 신부나 신자들을 함께 분발하도록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박 위원장은 치아가 3개나 빠져 병원 진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구석구석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을 만큼 내 집을 짓듯 건축 과정을 지켜봤다”면서 “제대로 된 공사가 이뤄져 신자들이 편안하게 기도할 수 있는 성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성당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수도원 건물 같다’, ‘주변 지역까지 돋보일 만큼 멋있다’, ‘바라만 봐도 기도하고 싶어진다’면서 성당을 찾는 지역민들이 늘고 있다. 신자 수도 100명 가량 증가했고 예비신자 교리반 등록자도 많아졌다. ‘기도하는 발걸음을 부르는 성전’을 고대한 공동체의 마음이 조금씩 현실이 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정용진 신부는 “‘외적인 성전의 아름다움은 화합과 일치를 이룰 때의 내적인 아름다움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늘 얘기했는데, 그 말처럼 공동체가 하느님과 일치하고 서로 하나 되는 감사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자들이 하느님을 더 잘 섬기고, 그 기쁨을 나누는 성전이 되기를 바란다”고 성당 봉헌 소감을 밝혔다.

새터성당 성전 입구.

새터성당 내부 정면.

새터성당 내부.

이주연 miki@catimes.krrn사진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