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의 역사, 화해와 상생의 반석으로 거듭나다 서울 명동대성당서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미사 억울한 영혼들 달래고 역사 바로 세우기 강조 국민문화제 참석자, 진상규명 촉구에 한마음 제주 전 본당 추모미사… 어린이 위한 행사도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이 70주년을 맞아 지역과 이념을 초월해 전 국가적, 국민적 역사로 자리매김 했다. 서울과 제주에서 거행된 추념미사와 행사 소식을 정리했다.
■ 한국교회와 사회 중심으로 논의된 4·3 제주교구 제주 4·3 70주년 특별위원회(위원장 문창우 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가 4·3 70주년을 기념해 발족한 4·3 범국민위원회와 연대해 제정한 4·3 70주년 특별 기념주간(4월 1~7일)을 끝내며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추념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뒤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문화제가 열렸다. 4월 7일 오후 3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가 주례하고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등이 공동집전한 명동대성당 추념미사는 4·3을 제주라는 지역적 테두리를 벗어나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가슴 아파하고 화해와 상생을 모색한 기념비적 자리였다. 한국사회 시민의식의 공유 공간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3 70주년 국민문화제 역시 4·3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전국 각지의 시민들과 종교인, 예술인, 청년과 학생들이 동참했다는 데서 4·3에 대한 논의를 한국사회 중심으로 옮겨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희중 대주교는 4·3 70주년 추념미사 인사말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한 유다인 학살의 역사를 언급하고 “용서하라. 그러나 기억하라”고 말해 화해와 상생의 의미, 역사 바로 세우기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강우일 주교 “4·3은 ‘항쟁’으로 불러야” 강론을 맡은 강우일 주교는 “1948년부터 1954년까지 6년에 걸쳐 제주도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3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젖먹이와 임산부, 노인까지도 무차별 학살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 그렇게 무참하고 잔인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하느님은 어째서 그런 비극을 허락하셨는지 의문을 가졌고,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과거 제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모습에 가슴을 쳤다”고 안타까워했다. 강 주교는 “지금까지 우리는 4·3에 이름을 붙이지 못했지만 이제는 ‘항쟁’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16년 촛불이 있기 전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고, 그 전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 이전에 3·1운동, 그 이전에는 동학혁명이 있었다”는 역사적 맥락을 근거로 4·3을 항쟁으로 정명(正名)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주교는 4·3을 항쟁으로 이름 붙인 뒤 “3만여 명의 희생은 결코 개죽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 순교자들의 행렬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명동대성당 제주 4·3 70주년 추념미사에는 제주교구 신자 250명이 참례했다.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고용삼(베네딕토) 회장은 “4·3이 70주년을 맞이한 올해야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비극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 지으면 아무런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4·3 70주년 이후의 과제에 대해 “당시 4·3을 이념대립으로 몰고가면서 희생자를 양산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며 진실규명을 주장했다. 명동대성당 제주 4·3 70주년 추념미사에 이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민문화제에는 4·3의 아픔이 씻기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였다. 강우일 주교와 문창우 주교 등 제주교구 사제단과 평신도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힘을 기울여 온 정관계 인사들, 안치환과 전인권 등 대중가수들, 판소리 배일동, 정가 김나리 등 우리 전통 음악인들이 무대에 올랐다.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n이창준 제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