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됐나요?’ /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4-10 수정일 2018-04-10 발행일 2018-04-15 제 309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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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성주간 수요일. 세월호 참사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전국이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수많은 이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했고, 인재(人災)로 벌어진 이 참사를 잊지 않고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생각보다 빠르게 잊혀갔다. 참사 당시 안산 합동분향소 앞에 설치됐던 여러 종교계 부스는 참사 100일도 되기 전에 치워졌다. 참사의 진상조차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지겹다’며 세월호를 잊으라고 종용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됐나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사도좌 정기방문을 위해 교황청을 찾은 한국 주교단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물었다. 참사 1년이 지나 국내에서도 세월호 참사가 잊혀져갈 무렵이었다. 교황의 이 질문은 세월호 참사가 단순히 하나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이 기억해야 할 시대의 징표임을 일깨워줬다. 교황의 이 질문은 4주기를 맞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월호 참사가 잊혀져가는 가운데 수원교구가 설치한 천주교부스는 묵묵히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미사가 없는 성금요일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오후 8시면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교구는 13일 마지막 추모미사 봉헌을 끝으로 이 부스를 철수시켰다. 처음 약속했던 대로 공식 합동영결식까지 천주교부스를 유지한 것이다.

수원교구는 여전히 안산생명센터 등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불빛을 밝힌 수원교구의 모습을 보면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세상의 빛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야겠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