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갑갑한 마음

정해숙(이사벨라?인천 계산동본당)rn
입력일 2018-04-10 수정일 2018-04-10 발행일 2018-04-15 제 3090호 2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어떤 처지에 있든지

존재하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시는 주님!

가진 재물이 없노라고

외모가 볼품없다고

권력과 명예를 가지지 못했다고

배움이 부족하다고….

수도 없는 바보 같은 핑곗거리를 만들면서

창조주이신 하느님과 눈을 마주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상 이 모든 씁쓸함은

세상이 공평하지 못하다고 불평하고

괜한 시기로 스스로 이웃과 담을 쌓고

질투심으로 혼자 생채기를 내고

닫힌 마음으로 주님을 원망만 하면서

언제나 누군가와 비교하고 초조해하는

바로 제 자신이 만든 갑갑함이었습니다.

성경 말씀처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 대우하지 않으시고 뇌물도 받지 않으시는

위대하고 힘세며 경이로운 분이십니다.

이제는 느낍니다.

말없이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은

무의미하게 세상 권력에 패배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하여 힘들게 당신 전부를 사랑으로 주신 것임을요.

주님께서는 힘들다고 죽을 것 같다고 엄살 부리는 저를

늘 토닥이며 한없는 사랑으로 품어주셨음을요.

하지만

제가 주님께서 아파하심을 한 번이라도

진정한 마음으로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요?

십자가에서 외로워하신 주님 곁에

제가 오롯하게 머물렀던 적이 있었던가요?

주님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면서도

도리어 주님의 손을 뿌리치고

오직 세상 것만 바라고 헛되이 헤매었을 뿐입니다.

주님,

기어이 아버지께로 돌아온 탕자 아들처럼

외롭고 두렵지만

항상 바라보고 기억해 주시는 주님 곁을 떠나지 않도록

주님 앞에 간절함을 담은 조용한 촛불을 밝힙니다.

주님의 부활을 기쁘게 노래하는 열린 마음을 주소서.

제 몫의 십자가를 안을 수 있는 참사람이 되게 하소서.

정해숙(이사벨라?인천 계산동본당)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