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한반도에도 평화의 봄을…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8-04-10 수정일 2018-04-10 발행일 2018-04-15 제 309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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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에 있었던 남한 예술단 단독 공연 ‘봄이 온다’와 3일에 있었던 남북 합동 공연이 5일부터 공중파와 유튜브 등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공연을 보면 발성과 박자 감각 등에서 남북한 가수들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북한 가수들은 복식 발성과 두성 발성이 어우러져 모두 비슷한 소리로 전달됐지만, 남한 가수들은 배에서부터 소리를 끌어 올린 후에는 각자의 방식대로 소리를 내기에 가수들마다 소리가 달랐다. 박자 감각에서도 북한 가수들은 곡 자체의 박자에 충실하려 하는데 비해, 남한 가수들은 비교적 자유분방하게 해석을 하고, 노래의 음 역시 자기 해석에 따라 변형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소리를 하나로 모으거나 듣기 좋은 화음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발성이 비슷해도 어려울 수 있는 것이 함께 노래하는 것이다. 세계 3대 테너인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함께 공연할 때 세계적인 독창 성악가들이 경쟁적으로 자기 소리를 내려고 하면 셋의 소리가 따로따로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 그런 사례다.

남북 합동 공연에서도 남북 가수들의 듀엣 무대는 사실 듣기 어색했다. 발성이 다르다 보니 소리가 어우러지지 않았다. 무대에서 손을 잡는 동작은 서로 손이 반대로 꼬이기도 했다. 아마 함께 무대에서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서로 배려하려는 것은 분명히 보였다. 특히 합동 공연 말미에 전체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다시 만나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을 합창할 때, 제각각 따로 노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한 모든 출연진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한반도 평화의 봄을 기원하는 진심이 전달되는 듯했다.

그러나 봄이라는 계절은 마냥 따스한 계절은 아니다. 황사, 미세먼지같이 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들이 있다. 그런 불청객이 있음에도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 계절이 봄이 아닐까? 서로를 공멸시킬 수 있는 막대한 군사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밀집돼 있다는 한반도에 있어 평화의 봄 역시 그런 계절일 것이다. 강대국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남북 간의 불신, 남남 갈등 같은 불청객들로 불협화음이나 엇박자가 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협정을 통해 내전을 종식시킨 콜롬비아에서 “같은 형제로서 좀 더 가까워지고 다시 만나고 증오를 극복하기 위해 화해의 길에 나서는 데에 주저하지 마십시오. 이제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 간의 다리를 놓고 불화를 없앨 시간입니다. 이제 증오의 작동을 멈추고 복수심을 몰아내며, 정의, 진실 그리고 진정한 형제적 만남의 문화 창조에 기반을 둔 공존을 위해 마음의 문을 열 시간입니다”라고 강론했다. 그렇다. 일시적으로 전쟁을 중지한 지 65년째인 올해, 남북한이 공멸이 아닌 공존하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열 때다. 한반도에도 평화의 봄을 정착시켜야 할 때다.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