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64) 개 합니꺼? ①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8-04-03 수정일 2018-04-03 발행일 2018-04-08 제 308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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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부님들은 개고기를 즐겨 먹었을까?
박해 시절 깊은 산 속에서 소·돼지 잡을 수 없던 상황 큰 축일 때 개를 잡기 시작 
당시 대수롭지 않았던 풍습 박해를 기억하며 전통 유지

아침부터 베드로가 얼굴을 찌푸린 것이 별로다 싶어서 백 신부가 농담을 던진다.

“베드로씨, 이런 농담 들어봤습니까? 진도성당에 새로 부임한 신부님에게 지인들이 진돗개 한 마리 구해 달라는 전화를 해댔습니다. 그러던 중 주교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거, 김 신부 진돗개 한 마리 구해 줄 수 있나?’하시는 겁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개 구해달라는 전화를 하도 많이 받다보니 짜증이 난 신부님이, 그냥 욱하는 마음에 주교님께 ‘아니, 주교님도 개소리 하십니까!’라는 헛말이 나오고 말았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농담입니다.”

“아이고, 신부님 오랜만에 농담 같은 농담 한 번 하셨네요. 하하.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들께서는 개고기를 왜 그렇게 잘 드십니까? 지난 2014년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방한하셨을 때 동물 보호 단체에서 ‘교황님, 신부님들에게 개고기 그만 드시라고 해주세요!’라는 공개 청원을 할 정도였지 않습니까. 저 그때 창피해서 혼났습니다. 왜 그렇게 개고기를 잘 드세요? 참 신부님도 개 합니꺼?”

베드로 이야기에 심기가 불편해진 백 신부가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자, 베드로가 움찔하며 혀를 날름 내밀었다 넣는다.

“베드로씨, 거 뭐든지 오래되고 지속적으로 행해진 관습에는 다 연유가 있는 것입니다. 동물 복지에 대한 베드로씨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게 신부님들을 한방에 매도하면 되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천주교회 역사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합니다. 선교사 없이 스스로 공부해 신앙을 터득하고, 자발적으로 중국까지 가서 세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신앙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다른 나라 천주교와 비교할 때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고기 식용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특이하다 하겠습니다. 왜 신부님들은 개고기를 즐겨 먹었을까요? 한국 천주교는 처음 시작부터 근 100년 동안 혹독한 박해를 받았습니다.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하였고, 오랫동안 지하 교회 생활을 했습니다. 이 박해시기에 교회의 가장 큰 축일인 부활절이 되면 산속에 숨어서 미사봉헌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사가 끝나면 잔치를 벌여야 할 텐데 산속에서 귀한 소나 돼지를 잡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 옛날에는 집에서 키우던 개를 산속에서 잡아먹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러니 동네 사람들 눈을 속일 것도 없이 산속에서 개 한 마리 잡아먹으러 가는 시늉하며 솥단지 이고 올라와서 미사 후에 잔치를 벌였던 것입니다. 그 기억을 간직한 우리네 신앙 선배님들께서 부활절이나 성모몽소승천 대축일이 되면 꼭 개 한 마리 잡아 잡쉈던 것입니다. 그러니 단순히 몸보신 한다고 개고기를 먹기보다는, 박해를 기억하는 옛 전통을 이어가는 일인 것입니다.”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