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함께하는 세상 만들어가는 재단법인 ‘바보의나눔’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8-04-03 수정일 2018-04-03 발행일 2018-04-08 제 3089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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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사랑하는 바보들 “나눌수록 행복해요”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 정신 따라
 인종 국가 종교 떠나 어려운 이웃 도와
 2014년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
 근로빈곤 여성가장 긴급생계비 지원도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나눔’ 펼쳐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예수님은 작은 이들, 어려운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 성경 구절처럼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곁의 이웃들을 살피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움직였다. 그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사후 각막기증으로 이웃을 위해 자신의 일부를 내놓았다. 김 추기경의 따뜻한 사랑의 발자취는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2010년 설립된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사장 손희송 주교)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 걸어가고 있다.

■ 고(故)김수환 추기경 뜻 기리며 설립

바보의나눔은 2010년 2월 법인설립 인가를 받고 4월 창립식을 가지고 첫 발을 뗐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긴 김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설립됐다. 특히 바보의나눔의 핵심가치는 김 추기경이 지향했던 사목 표어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인종, 국가, 종교, 이념을 초월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문화를 확산시키는 순수 민간 모금 및 배분 전문 단체이자 법정기부금 단체다.

바보의나눔은 사회에 올바른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고 행복한 세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돕고 모든 이들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각박한 세상 속 작은 도움이 모여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신자들은 물론 우리 사회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비영리재단이자 공익법인인 바보의나눔은 순수 민간 모금 및 배분 전문 단체로, 기부자의 나눔이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된다. 전문가들의 심사로 배분하는 공모배분사업과 기부자의 지원 의사에 따라 기부금이 전달되는 지정기탁사업을 통해 나눔을 실천한다.

김 추기경이 마지막으로 그렸던 자화상이 ‘바보’인 것처럼 바보의나눔에는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발적 참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차곡차곡 조금씩 모아 들고 오는 이들도 적잖다. 고사리 손으로 모은 저금통을 기부한 유치원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가진 것을 모아 선뜻 기부 액수를 늘린 어르신, 바보의나눔에는 ‘이웃을 사랑하는 바보’들이 함께 하고 있다.

또 매년 김 추기경 추모 미사를 거행하고 참다운 사랑의 뜻을 기억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김 추기경의 사랑의 정신을 되새긴다.

■ 어려운 이웃 위한 나눔 앞장

바보의나눔은 2017년 한해 동안 도움이 필요한 약 47만 명의 가난한 이들을 비롯해 복지단체 80여 곳에 공모배분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정기탁이나 물품 기부 등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설립된 지 8년이 된 현재, 2017년 기준 정기기부자 수는 약 1만5000명으로 교회 안팎으로 많은 이들이 바보의나눔과 함께하고 있다.

나눔은 생활이 어려운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역량 강화 및 가족 정서 지원, 다문화 가족, 독거 및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 미혼모·가정폭력 피해 여성·여성 가장,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 등 누구보다 사랑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나눔은 막막한 벽을 뚫는 희망이 되기도 하고, 편견에 맞서는 힘을 주기도 한다. 또 지역공동체의 연대를 강화하고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도 나눔문화가 확산되도록 의료,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바보의나눔은 사회취약계층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사회 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다.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단독주택에서 ‘죄송하다’라는 메모와 함께 세 모녀가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겨진 마지막 메모와 집세, 공과금 70만 원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는 숨진 여성 가장과 두 딸이 생활고로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다 일어난 사건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바보의나눔은 이 사건을 계기로 2015년 5월 여성과 관련한 근로빈곤 여성가장 긴급생계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비정규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여성 가장의 생계비를 지원하고 사회적 위험에 처한 실질적 여성 가장과 가족이 생계비를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최대 4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매월 평균 10명의 여성 가장에게 360만 원이 돌아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 움직인 것이다.

바보의나눔은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으며 그들과 손을 맞잡고 행복한 세상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2015년 9월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열린 바보의나눔-두산 베어스 베이스볼 데이. (재)바보의나눔 제공

2017년 4월 바보의나눔에 이웃사랑 실천금을 전달한 서울 중계양업본당 청년들. (재)바보의나눔 제공

2017년 9월 사무총장 우창원 신부(왼쪽)가 바보나눔터 100호점 현판을 전달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한국교회와 사회에 ‘나눔’의 긍정적 가치 전파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나눔.’ 바보의나눔이 지향하는 가치다.

흔히 나눔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바보의나눔은 ‘나눔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나눔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진정한 나눔이란 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두산그룹 ‘소외된 이웃을 위한 성금 전달’, ‘미혼모 지원’, 삼성물산 ‘호스피스 지원사업’ 등 다양한 기업과 함께 건강한 기부문화를 선도해나가고 있다. 이 같은 나눔은 낮은 곳, 도움이 절실한 곳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바보의나눔 사무총장인 우창원 신부는 “추기경님의 정신을 이어받은 만큼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추기경님이 함께하고자 했던 이들이 누구인지 생각하며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나눔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내가 나눌수록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나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