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유아세례… 시켜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04-03 수정일 2018-04-03 발행일 2018-04-08 제 308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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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자유 중요하지만, 성장하려면 제 때에 하느님 알아야

/ 질문 / 유아세례… 시켜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이의 세례성사에 대해 남편과 의견이 달라 고민입니다. 대대로 신앙을 이어온 저희 집안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유아세례를 받게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아이가 성장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세례를 받게 하는 것이 맞다는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 답변 / 종교 자유 중요하지만, 성장하려면 제 때에 하느님 알아야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부모에게 매우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의 대상관계 이론에 의하면, 아이를 돌보는 양육자(주로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 여러 가지 관계가 나타납니다.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 상호작용이 잘 맞아 떨어지면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좋은 양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상적인 아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어머니를 짜증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아이는 가까움과 거리두기를 반복하면서 점차 가까워지게 됩니다. 이런 시기에 아버지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아버지는 어머니와 아이 둘 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정서적인 개입을 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는, 부모에게 몹시 실망을 했을 때에도 부모에 대한 좋은 감정을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부모가 여전히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이후 성장 시기에도 매우 필요한 작업인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이야기할 때도 같은 맥락에서 다룰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하느님이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하느님의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세례를 받게 하는 것은 하느님과 이런 관계성을 맺는데 있어서 안정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종교에는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성인이 되어서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리는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교육에는 절대적인 시기라는 것이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해당되는 연령대에 필요한 교육을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린 시기에 세례를 받고 교회의 일원이 되어 적당한 시기에 교회에서 또래관계에 대해 배우는 것이 성장 발달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좋은 하느님의 품 안에 있음을 인식하게 될 때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있어서는 교리 과정에서 무섭거나 부정적인 내용보다는 긍정적이고 포근한 내용이 올바른 성장에 훨씬 중요할 것입니다. 지옥이나 연옥의 개념보다는 천국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안에서 자라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거기에다 교육환경도 엄한 것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부부 사이에는 사고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생겨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이런 갈등들을 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차이는 살아온 환경에서 오기도 하고, 개인적인 성향에서 오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부정적인 과거 경험의 기억으로 어떤 일을 결정하기 쉽습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자신의 과거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깁니다만, 이렇게 할 때 과거의 기억에 매여서 현재와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잘 살피지 못할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과거의 어려움에 매이기보다는 미래 지향적으로 결정을 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교회에서 유아세례를 주라고 했으니 무조건 주자라고 하기보다, 이해와 합의를 통한 결정이 훨씬 좋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지혜라고 생각이 들고, 이런 부모의 결정 방식을 보고 자란 아이는 더욱 성숙한 인간으로, 성숙한 하느님의 자녀로 자라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