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길에서 쓰는 교구사] 은이성지 (하)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4-03 수정일 2018-04-03 발행일 2018-04-08 제 308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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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성인 사제품 받은 진자샹성당 성지에 복원

은이성지의 김대건 신부 세례터.

은이성지 성당을 가까이에서 살피면 이국적인 풍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기와가 올라간 동양풍의 건물이지만, 우리나라 전통적인 기와의 모습과는 다르다. 중국의 진자샹(金家巷)성당을 재현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진자샹성당은 1845년 김대건 성인이 페레올 주교에게 사제품을 받았던 장소로, 당시 난징교구의 주교좌였다. 2001년 상하이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진자샹성당이 철거되게 되자 교구가 이 성당을 복원하기로 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중국식 목조 성당건축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었다. 특히 색이 다른 일부 기둥과 들보가 눈에 들어왔다. 옛 진자샹성당에 사용한 나무자재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교구는 주교회의의 승인을 거쳐 은이성지에 진자샹성당을 원형 그대로 되살리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김정신(스테파노·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전문가들을 파견, 진자샹성당을 정밀하게 실측한 도면을 만들었다. 건축면적 540㎡ 규모의 아담한 성당은 물론 심지어 옛 진자샹성당이 증축하면서 생긴 흔적까지도 복원해냈다.

하지만 이 성당이 세워지기까진 긴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성당 건립을 준비했지만, 기존의 성지 자리는 교통, 환경 영향 평가 제약으로 성당건축 허가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3년 김대건 성인이 세례를 받은 은이공소터 자리를 매입할 수 있었고, 이 자리에 성당을 건축할 수 있게 됐다.

중국식 목조 건축을 그대로 옮겨온 은이성지 성당 내부.

성당을 나와 한옥풍의 건물을 향했다. 김대건 기념관이다. 나란히 서있어서 그런지 두 동양풍 건물의 모습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 기념관에는 김대건 성인의 생애와 은이공소 신앙선조들이 남긴 성물들이 전시돼 있다.

김대건 기념관 앞에 금속 조형물이 보였다. 물방울처럼 보이기도 하고 촛불처럼 보이기도 하는 조형물에는 무릎 꿇은 소년에게 사제가 세례를 주고 있는 형상이 담겨 있다. 모방 신부가 소년 김대건에게 세례를 주는 모습이다. 이곳이 바로 김대건 성인이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은이공소 자리다.

은이는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곳이자, 사제품을 받고 귀국해 사목을 하던 중 박해자들에게 체포되기 전 마지막 미사를 거행한 곳이다. 그리고 지금은 사제품을 받은 성당을 복원해 김대건 신부의 생애 전반을 기억하고 묵상할 수 있는 성지로 거듭났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