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62) 하느님의 자녀로서 성 소수자 ⑭·끝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8-03-27 수정일 2018-03-27 발행일 2018-04-01 제 3088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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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취향 탓에 구원 받지 못한다고요?

오랜만에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리자 진한 향이 방안을 가득 채운다.

“베드로씨, 이 커피향처럼 제 방이 그리스도의 향기로 가득 차면 참 좋겠습니다.”

“하하, 신부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참 낯섭니다. 꼭 신부님 같습니다.”

“그래요, 칭찬으로 알겠습니다. 이제 긴 이야기를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얼마 전 방송됐던 EBS ‘까칠남녀’ 기억하십니까? 교육방송에서 이례적으로, 사회의 건드리기 힘든 부분인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죠. 그리고 생각보다 큰 사회적 파장 때문에 조기 종영이라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방송이 옳은가 그른가, 반대하여야 하는가 찬성하여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관여할 부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우리 사회가 이다지도 다양성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금기시 해왔는가?’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무엇인가에 쫓기는 것처럼 조급하고 성급해졌습니다. 나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받아들일 수 없고,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없어져야 하거나 지워버려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예, 신부님 우리 사회가 많이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것이 어쩌면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문제나 잘못이라기보다는, 먹고 살기 위해서 너무 빨리 달려왔고, 달려오면서 내 생각보다는 집단의식에 나를 너무 맡겨버린 결과 아닐까요? 뭐, ‘자유로부터 도피’라고나 할까요? 누군가 방향을 정해주거나 목표를 정해 주면 그 방향으로 가서 목표만 채우면 되는 시대에, 스스로 삶의 목적을 설정하고 알아서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사람들(대다수)이 하는 대로 하고, 많은 쪽이 옳다고 하면 그냥 따라가던 편한 시절을 다시 돌리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요?”

“베드로씨 아주 좋은 분석입니다. 새로운 세상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옳고 그름이라는 것도 하느님 사랑 안에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 사랑이 없는 정의는 자칫 폭력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사랑이 없는 신앙은 얼마나 더 무섭습니까? 잘못하면 ‘마녀사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의가 없는 사랑은 무기력하거나 편향적이 되기 십상입니다. 조심해야죠. 우리는 누구든 하느님 사랑과 은총을 받지 않으면 구원될 수 없고,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죄인들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인간의 능력으로 구원될 수는 결코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 앞에서 동등한 사람으로 서서, 서로 다른 점들은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서로 약점이 있다면 감싸주면서 기도하고 함께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성적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아예 구원에서 제외 시켜서야 되겠습니까? 교회가 성소수자들을 단죄하고 잘못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만큼, 사목자와 신앙인들은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포용하는 너그러움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이 큰 잘못일까요? 의문을 남기겠습니다.”

■ 펀펀 사회교리 퀴즈

펀펀 사회교리는 지난 한 달 동안 공부한 내용과 관련, 퀴즈를 드립니다. 힌트는 3월에 게재된 내용에 숨어 있습니다. 빈칸에 들어갈 알맞은 말을 찾아보세요.

1. OOOO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이나 박해를 하는 것은 분명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힌트 3월 11일자)

2.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약칭은 ‘OOO’입니다. (힌트 3월 18일자)

정답을 4월 15일까지 우편엽서나 이메일로 보내주십시오. 정답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주소와 연락처를 꼭 남겨주세요.

※보내실 곳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32(군자동)

[이메일] funfun@catimes.kr

■ 지난 퀴즈 정답

① 창세기 ② 이성복장 당첨자 김지혜(율리아나), 윤명선(데레사), 유옥희(요세피나)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