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십자가길

서문원(바오로?청주교구 용암동본당)
입력일 2018-03-27 수정일 2018-03-27 발행일 2018-04-01 제 3088호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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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없는 어린양

큰시름 안은 발걸음

한점 한발 피맺혀

갈라진 발바닥

피엉긴 발등

햇살 뜨거워

메고 갈 힘없어

내려앉은 어깨

나무는 칼날 되어

엷은 살 해고 들어와

뼛속 파고드는

무거운 짓이김이여

쇳조각 채찍

온몸 짓뜯어

가리려 해도

하얀 곁옷 배어나와

흰구름 석양빛처럼

붉게 물들고

굵은 가시 깊이 박혀

일그러지는 아픔

하늘임금 땅에 오셔

무너지고 버림받아

그 수난 가시 핏자욱

얼굴 씻은 수건에

살아 전해와요

일어설 힘 없어

주저앉아 부르짖으려도

성부께서 원하시는 길

기어이 가야해

터진 손 짚고 일어나

재촉하시는 애처로움

사랑 많고 어지신 분

아들 도리 어떻게

십자가 안고 가시는

통고의 어머니

하느님 뜻에 따라

눈물 애써 감추셨어요

온갖 천대 조롱

노여워하시련만

눈빛 애잔하셔요

애통해하는 여인들

위로하시고

종도 발가벗기면

수치로 떨어요

강생하신 하느님

온몸 발가벗긴 부끄러움

천사도 볼 수 없어

고개 돌려 외면하고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니 용서하소서

쾅쾅쾅 망치소리

스며튀오르는 성혈

부숴지는 신음

무심한 나무에 박혀

온몸 처지고 늘어 끊어지는

숨 들이기도 힘겨워요

성부께 영을 맡기시며

고개 내리실 때

먹구름 몰려와 울고

어린양 희생 삭히는 땅

흔들려 몸부림쳐요

주님 수난 끝없어라

사정없는 창날

남은 물과 피 다 비우시고

자비하신 하느님

은총의 바다로

흐르게 하셨어요

예고된 말씀 잊어

두려움에 숨고

지친 사흘 기다림에

찬란한 빛으로

돌아오신 주님

한없는 눈물로

감사드리나이다

이제 그분 고통

절절히 새겨 주소서

십자가 지는 은총만

청하나이다

서문원(바오로?청주교구 용암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