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나눔의 핑계 /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3-27 수정일 2018-03-27 발행일 2018-04-01 제 3088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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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는 흔히 잘못한 일을 변명할 때 사용하는 구차한 말이다. 하지만 나눔의 핑계는 아름답다.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가 3월 24일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2013년 10월부터 시작한 생애주기별 기부 ‘나눔의 첫걸음’ 300호 돌파 기념의 자리였다.

뜻깊은 날을 맞아 그 의미를 함께 나누는 방법을 이웃과의 나눔으로 선택하는 것이 정작 실천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첫 아이 돌잔치를 마다하고 잔치 비용을 이웃을 위해 내어 놓기 위해서는 사실 큰 결심이 필요하다. 결혼식을 간소하게 하거나, 회갑연을 건너뛰거나, 연금을 받았다고 일부를 떼어 나눌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눔의 첫걸음’ 300호의 주인공인 전상철(요한)씨는 세례 받은 지 50년이 된 것을 기념해 기부에 나섰다.

참가자 중에는 취업, 결혼, 첫 아이 돌 등 생애 주기마다 찾아오는 갖가지 뜻깊은 순간들이 찾아올 때마다 반복해서 수차례 기부를 한 이들도 있다. 이웃과의 나눔이 주는 그 보람과 기쁨이 지속적으로 나눔을 이어가는 동기가 된 것이다.

상투적으로 말한다면, 나눔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생애주기별 기부는 마음속에 겨자씨만하게라도 간직돼 있는 선하고 착한 마음, 이웃에 대한 사랑을 쑥쑥 자라게 하는 기회가 된다.

광주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 최기원 신부의 말대로 “기부는 신앙고백”이다. 하느님께 받은 것에 대한 감사요, 구원을 위해 외아들까지 내어놓은 하느님의 사랑을 본받아 온몸으로 하는 고백이다. 일상이 감사로 가득할 때, 기부의 핑계는 수없이 많다. 밤새 아무 일 없이 잘 자고 눈 뜨는 것조차 감사할 일이니 핑계가 없어서 기부 못할 일은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