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의무후송항공대 조종사 이형래 준위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3-27 수정일 2018-03-27 발행일 2018-04-01 제 308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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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지킨다는 생각에 늘 기도하며 조종간 잡죠”
교관·시험비행 조종사 도맡아 28년간 4500시간 무사고 비행
자타 공인 최고 베테랑 조종사 탑승자 안전 위해 항상 기도
정년 불과 5년 남긴 상황에서 의무후송항공대 자원하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군생활

최고 베테랑 헬기 조종사인 이형래 준위는 “군장병의 생명을 지킨다는 보람으로 의무후송헬기 조종사가 됐다”고 말한다.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용인 의무후송항공대 조종사 이형래(알렉시오·52·의정부 호원동본당) 준위는 헬기 조종사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베테랑이다.

■ 최고 베테랑 헬기 조종사가 의무후송헬기 조종사가 된 이유

헬기 조종사 경력 28년에 4500여 시간 무사고 비행, UH-1H, CH-47, KUH-1 등 국내 대부분의 군 헬기 기종 조종, 교관 조종사와 시험비행 조종사 역할 수행 등 이형래 준위가 헬기조종사로서 쌓아온 경력은 ‘금자탑’이라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시험비행’은 헬기가 생산된 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첫 비행으로 숙련도가 가장 높은 조종사만이 맡을 수 있다.

이 준위는 30년 가까이 헬기 조종사로 복무하며 공중강습작전, 산불진화, VIP공수, 헬기레펠, 고공강하, 항공사격 등 숱한 작전을 수행해 왔지만 정년을 5년 남기고 있던 2016년 의무후송항공대 조종사가 됐다. 의무후송헬기 조종사는 다른 군 헬기에 비해 임무수행 피로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언제, 어떤 상황에서 환자가 발생할지 몰라 자면서도 출동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준위가 의무후송항공대에 자원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그동안 고생 많았는데 이제 좀 편한 곳에서 일하지 왜 또 고생을 하느냐”고 말하곤 했다. 이에 대해 이 준위는 “우리 군 장병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임무에 많은 보람을 느껴 남은 군생활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유종의 미를 얻고 싶었다”고 밝혔다.

1987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하며 군문에 들어선 이 준위는 “헬기 조종사 준사관 시험이 있다”는 중대장의 소개로 1990년 8월 25일 회전익조종사 49기로 임관했다. 일과를 마치면 손전등을 켜고 잠을 쫓아가며 집념을 불살랐고 3차 시험까지 통과해 개척한 새로운 길이었다.

지난 1월 평창 동계올림픽 지원활동에 참여했을 당시 이형래 준위(왼쪽에서 세 번째)와 동료들.

‘호이스트’를 활용한 환자 인양 훈련.

■ 군장병의 생명을 지키는 군인

이 준위가 군생활 마지막을 의무후송항공대 복무라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일 때문이다.

“헬기 조종사로 임관한 첫 해에 뇌출혈 환자를 이송하라는 출동 지시를 받고 야간투시경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헬기에 치명적으로 위험한 바람이 몰아치는 강원도 고성 향로봉에 겨우 착륙해 뇌출혈 환자를 태웠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군데군데 희미하게 빛나는 마을을 등대 삼아 원시적 항법으로 환자를 당시 서울 수도병원에 안전하게 이송했지만 다음날 알아보니 환자가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살린 사례도 많다. 지난해 8월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 지포리 사격장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 중 포 내 화재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 부상자 이송을 책임졌던 조종사가 이 준위다. “출동 지시를 받고 지포리 비행장에 즉각 출동해 화상, 골절상, 파편상을 입은 심각 환자를 탑승시켜 긴급히 국군수도병원에 이송해 전우의 생명을 살렸고 이후 환자들의 빠른 회복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 준위는 주말 부부 생활을 하며 부대에서 잠들기 전에는 반드시 출동지시가 내려졌을 때를 가정해 미리 동선을 확인하고 실제로 이동해 본다. 출동시간을 단 1초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그의 임무수행 정신은 그야말로 ‘철두철미’ 그 자체다.

“의무후송헬기에는 정조종사인 저와 부조종사, 군의관, 구조사, 정비사, 승무원 등 다수 인원이 탑승합니다. 그들 모두의 안전이 제 손에 달려 있어 체크(Check), 리체크(Recheck), 더블 체크(Double Check)의 마음가짐으로 안전비행에 힘씁니다.”

이 준위는 “비행 전 안전운행을 위해 항상 기도하기 때문에 지금의 무사고 경력을 쌓았다고 생각한다”며 “31년 군생활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더욱 신앙생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의무후송항공대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의무후송항공대는 2014년 12월 31일 육군본부 일반명령 제307호에 의해 2015년 5월 1일 창설된 신생 부대다. 부대 창설 준비는 2014년 12월 수리온 헬기(KUH-1)를 전력화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같은 시기 창설요원을 선발하고 조종사와 정비사 교육에 들어갔다. 부대 별칭은 ‘메디온’(Medeon)이다. 주요 임무는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응급환자 후송과 의료인력·장비·물자 공수다.

부대 거점은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양구, 경기도 용인 3군데로 실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 15분 안에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것을 작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무후송 헬기 탑승인원은 정조종사, 부조종사, 군의관, 구조사, 정비사, 승무원(병사) 등 6명으로 구성되며 운행에 다수 인원의 안전이 달려 있는 만큼 숙련된 조종사가 배치된다. 헬기 안에는 응급처치장비인 인공호흡기, 심장제세동기, 지혈대, 자동흉부압박기, 산소통 등을 구비하고 있다. 의무후송항공대에서 운영하는 특수 장비로 산악과 하천 등 헬기 착륙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조난이나 환자 발생 시 전동식 케이블을 이용해 공중 인양과 구조에 활용하는 ‘호이스트’(Hoist)가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