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당신의 두 손 모아, 난민에게 희망을] (3) 난민, 장벽에 막힌 사람들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18-03-20 수정일 2018-03-21 발행일 2018-03-25 제 3087호 1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살려고 도망쳤는데…” 경제논리가 난민들 절망에 가둔다
자유 찾다 죽는 편이 낫다며 물 새는 보트에도 목숨 걸지만
유럽 몇몇 국가들 난민 배척에 길목에서 발목 묶이는 신세 돼
유엔 등 국제사회 협력 필요

난민들이 국경을 넘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 시리아 등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를 탈출한 난민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을 더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유럽 국가들의 여론이 거세지면서 난민들에 대한 장벽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제공

지난 2014년 세계 모든 인류가 경악했다. 터키의 한 해안가에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기 ‘아일란 크루디’가 차가운 시신이 돼 엎드린 채 발견됐고 이를 촬영한 사진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것이다. 전쟁의 비극을 알린 이 사진으로 인해 그동안 난민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던 유럽 등 선진국들이 너도나도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곧 유럽 전역을 지배하면서 시리아 난민들은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곳곳 난민들은 시리아 난민과 비슷한 운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난민들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안고 피란길에 오른다. 그러나 끔찍한 전쟁의 상처를 안은 이들 난민들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장벽과 울타리, 그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환경들뿐이다.

국제카리타스 의장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왼쪽)이 시리아 난민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시리아에 살고 있는 17세 로저(Roger)군은 가족들이 곧 ‘시리아 난민’이 될 운명에 처해있다. 그의 아버지가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난민이 돼 죽을 수도 있지만, 전쟁으로 비참하게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로저군은 “내년에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 전쟁터에서 싸워야 하는데 이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차라리 자유를 찾아가다가 지중해에 빠져 죽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시리아 난민들은 터키, 요르단, 레바논 등 인근 국가 국경을 넘어 난민으로서의 첫 여정을 시작한다. 이들은 난민 캠프 또는 미완성 건물, 소형 임대 주택 등 임시 거주지에 머물며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합법적인 상태로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고, 의료나 교육 서비스를 제공 받거나 안전한 거주지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는 시리아 난민들은 전 재산을 들여 밀수업자를 찾는다. 부실한 보트라도 탈 수 있어야 불법으로라도 국경 바다를 건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식구 모두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부모는 아이들을 삐걱거리고 물이 새는 보트에 태울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절박한 상황은 평화로운 삶을 사는 우리에게는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시리아 내전은 지난 3월 15일로 8년째에 접어들었다. 시리아 내전은 1200만 명을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3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초토화돼 빈곤에 시달리던 우리나라를 적극 도와주기도 했던 시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난민을 배출한 국가가 되고 말았다.

시리아 국내에만 실향민 610만 명이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다. 550만 명은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됐다. 현재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데, 시리아 내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에 난민 사태를 불러온 시리아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남수단,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난민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중해 바다 한 가운데에서 또는 유럽으로 가는 도로 위 트럭 짐칸에서 수많은 난민들이 피란 도중 몰살 당하는 사건이 계속되기도 했다. 난민 사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유럽 몇몇 국가들에서 난민들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잠시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끝없이 밀려드는 난민들로 인해 유럽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이전보다도 더 높은 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박해의 위기를 피해 아이들을 업고 바다를 건너는 로힝야족 한 남자. 미얀마 정부로부터 종교적인 이유로 탄압받고 고향을 뺏긴 로힝야족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언제 미얀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태로 방글라데시 등 난민 캠프에 몸을 맡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16년 4월 유럽연합과 터키가 그리스로 유입된 ‘불법 난민’들을 터키로 송환하는 내용의 협정에 합의했다. 새로운 희망을 품고 목숨을 건 여정에 오른 난민들은 중간에 발이 묶여 버리고 만 것이다. 유럽으로 떠나는 난민 10명 중 8명은 터키에서 그리스로 들어가는 경로를 택하였는데, 이 협정으로 인해 수만 명의 난민들이 불안정한 상태로 중간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이들은 원하는 곳으로 나아가지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반면 난민들을 인도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정책으로 이런 비참한 상황을 막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아프리카 내전 발발 국가 출신인 난민 150여 명이 이탈리아 정부와 유엔의 협력을 통해 이탈리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이들은 리비아에 있는 난민 수용소에서 거의 감금상태에 있었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고문과 학대를 당하다 구조된 것이다. 정부와 국제기구들간의 협력이 결국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줬다. 또 국제카리타스 또한 긴급 식량, 위생용품, 의약품, 생필품을 제공함으로써 난민 돕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카리타스 활동에는 자발적인 성금 모금 또한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한편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김운회 주교, 이하 한국카리타스)은 가톨릭신문사와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3월 16일 현재까지 독지가들의 소중한 성금 1268만7920원이 답지했다고 밝혔다. 한국카리타스 사무국장 추성훈 신부는 “이번에 모인 성금을 나이지리아에 있는 카메룬 난민 긴급구호 사업에 지원할 계획”이라며 “가톨릭신문사와의 공동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 난민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 주신 모든 후원자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 공동 캠페인 후원 문의 02-2279-9204 한국카리타스

후원 계좌 1005-701-443328 우리은행,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