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어른과 아이 함께 읽는 그림책 그리는 서현 작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3-20 수정일 2018-03-20 발행일 2018-03-25 제 3087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유쾌한 상상 속의 하느님 만나보실래요?
엉뚱한 유머와 재치로 이야기 표현, 「간질간질」로 한국출판문화상 수상
교리·성경에 관한 그림책도 만들고파

서현 작가는 스스로를 ‘숨어 있는 유머를 찾아 머릿속을 헤매는 여행자’라고 표현한다.

“하늘 나라에서는 하느님과 부처님이 사이좋은 친구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림책 작가 서현(가타리나). 그의 그림책「커졌다!」에는 하늘 위에서 하느님을 비롯해 부처님, 알라신 등 여러 신들이 모여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장면이 있다. 여러 신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에는 단순한 유머 뿐 아니라 종교간 화합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서 작가는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나거나 불행해지면 안되지 않느냐”면서 “내가 믿는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종교도 존중하며 평화롭게 지내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 작가는 스스로를 ‘숨어 있는 유머를 찾아서 머릿속을 헤매는 여행자’라고 표현한다. 실제 그는 자신의 말대로 엉뚱한 만화적 상상력과 유머, 재치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그렇다면 서 작가가 만화적 상상력으로 본 하느님은 어떤 모습일까.

“하느님께선 모든 살아 있는 것을 만드셨잖아요. 그럼 우리를 통제하고 조절할 능력도 갖고 있으실텐데, 그냥 위에서 지켜보고 계세요. 하느님이 인간 세상에 개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상상해보면 재밌지 않을까요.”

10여 년 전 어머니의 권유로 세례를 받은 그는 “저는 아직 부족한 신자”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신앙 덕분에 든든하다고 말한다.

“연결고리가 있는 느낌이에요. 세례를 받고 나니 제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생긴 것 같아요. 집 앞에 성당이 자리한 덕분에 오갈때마다 늘 성당으로 한 번씩 더 시선을 주곤 하죠. 성모님께 인사를 하기도 하고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한 그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2009년 그림책 「눈물바다」로 데뷔, 글과 그림 모두 작업한 저서 3권을 비롯해 30여 권의 그림책에 그림을 그렸다.

서현 작가는 “하늘 나라에서는 하느님과 부처님이 사이좋은 친구일지도 모른다”면서 하늘 위에서 하느님과 부처님 등 여러 신들이 모여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지난해에는 그림책 「간질간질」로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 청소년 부문도 수상했다.

「간질간질」은 서 작가의 창작 여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10여 년 간 작업을 하며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재밌고 의미 있는 그림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자신감도 떨어지는 체험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사소한 유머로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자기만의 방식에 확신이 생겼다. 자신감도 자연스레 되찾았다.

작업을 하며 가장 보람된 순간은 독자들의 마음을 느낄 때다.

지난해 여름 한 사인회에서는 자녀와 함께 온 어머니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서 작가의 데뷔작 「눈물바다」에 ‘슬플 때는 시원하게 펑펑 울어봐’라고 적은 구절을 보고 억눌렀던 눈물이 터졌다고 한다.

서 작가는 그 순간, “독자들과 소통하며 책이 완성된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당시를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한 권 한 권 책을 만들 때마다 스스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그는 앞으로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죽음과 같이 다소 무겁고 두려운 주제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면서 “제 그림책이 긍정적인 시각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서 작가는 가톨릭 교리와 성경에 대해 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때 그 내용을 담은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