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전 장애인사목부, 일본 나가사키 순례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8-03-20 수정일 2018-03-20 발행일 2018-03-25 제 308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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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순교영성 심으려 2년 전부터 기획·준비
피정·묵주기도 등으로 순례 앞서 영적 준비

대전교구 장애인사목부 나가사키 성지순례 참석자들이 아리마강 순교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전교구 장애인사목부 제공

대전교구 장애인들이 일본 나가사키 성지순례 길에 나서 장애인 해외 성지순례의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대전교구 장애인사목부(전담 유창연 신부, 이하 사목부)는 3월 3~6일, 3월 10~13일 두 차례에 걸쳐 일본 나가사키 성지순례를 실시했다. 지체선교회, 시각·농아선교회 등 사목부 내 20명의 장애인과 봉사자 28명이 함께한 순례는 순교영성을 배우고 체험하는 장이었다. 아울러 ‘장애를 갖고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기회로 뜻 깊었다.

‘일어나 가자!’를 주제로 한 순례는 후쿠오카 오무라·오바마·운젠·시마바라·나가사키 지역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일본 26위 성인 순교지, 나가사키 원폭기념관 등을 돌아보며 일본교회 순교 역사는 물론 골 깊은 한국과 일본 역사의 관계, 세계평화 문제 등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목부가 해외 순례 행사를 마련하게 된 것은 “해외 나가보는 것이 평생소원”이라는 장애인들에게 “장애인들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또 순교자들의 삶을 통해 삶 속에서 순교영성을 살고 기도하는 신앙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취지가 컸다.

순례는 2016년 기획에 들어가 2017년부터 실질적인 준비가 진행됐다. 이동 편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현장 답사만 두 차례를 다녀왔다. 준비과정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경비문제였다. 대다수 장애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순례 경비 중 절반 정도를 지원한 사목부는 1년 전부터 순례를 공지하고 매달 순례 비용을 나눠서 부담하는 방안을 제공했다.

봉사자를 구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장애 유형별로 봉사자들의 손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목부는 피정과 기도 등으로 내적인 순례 준비도 함께 독려했다. 지난해 9월 2박3일간 순교 영성 피정을 마련한 것을 비롯해 묵주기도 100단 봉헌,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전기 「나가사키의 노래」 읽기 등 다양한 프그램을 진행했다.

순례 참석자들은 “처음 와보는 해외 성지순례다 보니 가는 장소마다 감동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애쓰는 봉사자들 모습 속에서 나눔과 베풂의 은총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학수(알비노·56·대전 버드내본당)씨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장애인들도 해외 성지순례를 할 수 있다’는 꿈이 실현돼 흐뭇하고 뿌듯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유창연 신부는 “순례를 통해 ‘장애가 있어서 못 한다’가 아니라 ‘장애가 있지만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신앙인으로서 ‘이 시대 순교를 어떻게 할까’라는 물음 속에 신앙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