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62) 하느님의 자녀로서 성 소수자 ⑬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8-03-20 수정일 2018-03-20 발행일 2018-03-25 제 3087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동성애, 같은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지역과 종파 따라 조금씩 견해 달라
· 동방정교회 - 보수적 입장인 동유럽과 달리 서유럽은 사목 대상으로 여겨
· 미국성공회 - 양성애자 신부가 주교품 받고 레즈비언 주교까지 서품되기도

영화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 포스터.

“지난주에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길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세상 우리만 사는 것 아니잖아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사상과 종교가 공존하는 것이 세상이잖아요. 그 중에서도 같은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교 종파들은 성소수자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겠습니다. 먼저 동방정교회를 보면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류인 동유럽 정교회들은 매우 보수적인 입장입니다. 반면 서유럽의 정교회는 우리와 비슷한 입장을 보입니다. 동성애 자체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들 또한 하느님의 자녀이며 사목 대상으로 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점은 매우 의미 있는 현상입니다. 교리보다는 지역 사회분위기가 동성애에 대한 생각을 달리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시사점이 매우 큽니다.”

“그러네요, 신부님. 시대와 지역, 사회문화에 따라서 성소수자 문제는 차이가 나는군요. 하느님 사랑 외에는 결코 절대적인 것은 없는가 봅니다.”

“하하, 베드로씨가 이제 저보다 한 수 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성공회를 보면 차이가 더욱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공회의 원조인 영국성공회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해서 관대한 입장입니다. 게다가 자유의 여신상이 지키는 나라라서 그럴까요? 성소수자에 대한 미국성공회의 입장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사실 오늘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미국성공회 내 최초의 커밍아웃 양성애자 ‘진 로빈슨’ 신부가 2003년 주교 서품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성공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그는 당시 두 딸을 낳은 부인과는 이혼하고, 동성 파트너와 10여 년째 동거하는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가 주교가 된다는 사실에 미국성공회 내에서도 문제가 되었지만, 특히 세계 성공회는 미국성공회와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경고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Love, Free or Die)>이라는 영화로까지 제작되었고, 국내에서도 개봉되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은퇴한 로빈슨 주교는, 최근 동성 배우자와 이혼했습니다. 그는 “동성 부부도 이성 부부와 마찬가지로 문제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나의 신념엔 변화가 없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2009년에 미국 성공회 LA교구에서 레즈비언 사제 ‘메리 글래스풀’을 성공회 최초의 레즈비언 주교로 임명합니다. 이에 보수적인 주교들이 교회를 떠나는 사태까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성공회도 사회 참여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 등에 있어서 매우 개방적이죠.”

“신부님, 문화 충격입니다. 다 같이 하느님을 믿는 교회고, 같은 뿌리에서 시작되었는데 동성애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습니까? 역시 문화 차이가 동성애를 바라보는 차이에서 비중이 더 큰 것일까요?”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