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그리스도 수난에 동참하는 성주간 되길

입력일 2018-03-20 수정일 2018-03-20 발행일 2018-03-25 제 308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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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로 성주간(聖週間)이 시작된다. 3월 31일 파스카 성야 전 ‘성토요일’까지 이어지는 성주간은 1년 중 가장 거룩한 때다. 우리 신앙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깊이 묵상하고 체험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을 받으시고자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한다. 그리스도인이라며 모두가 아는 대로 주님께서 몸소 택해 걸어가신 수난의 길은 곧 죽음으로 이어졌고 당신 부활로 결말이 났다.

매년 돌아오는 이 시기 그리스도인들이 묵상해야 하는 주님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가 아는 주님의 죽음은 가난한 이들에게 당신에게서 비롯된 기쁜 소식을 전하신 때문이고 그들 곁에서 함께하신 결과이다.

이처럼 주님께서 당신 한없는 사랑으로 택하신 길이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왜냐면 그리스도인들은 시시때때로 죽음과도 같은 선택의 순간과 마주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주님 부활로 이어져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오히려 당신 목소리에 목말라하고 있다.

성주간은 이러한 우리들에게 언제나 그리스도인들이 서야 할 자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그것은 주님께서 죽음이라는 극단의 고통마저 감내하시면서까지 보여주셨던 가난한 이들 가운데 있다.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주님 목소리에 목말라하는 것은 그만큼 가난한 이들에게서 멀어져 그들 가운데 계시는 주님과도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세상 곳곳에서 고통 속에 죽어가는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주님을 새롭게 발견하는 성주간이 되길 바란다. 부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