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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기획] '칠죄종' 성찰합니다 (5·끝) 나태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3-20 수정일 2018-03-20 발행일 2018-03-25 제 308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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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따르는 데 소극적이니 교만과 탐욕 등 빠지기 쉬워
‘덕’ 쌓고 ‘빛의 삶’ 지향해야

“성당까지 10분이면 가는데 뭘…. 조금만 더 누워있자. 입당성가 부를 때만 들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주일 아침 미사 전, 시계를 보며 얼마나 더 늦게 나갈 지 계산하는 모습. 혹시 내 모습은 아닐까? 조금만 더 쉬고 싶다는 이유로 미루는 일, 비단 미사참례만은 아니다. 우리는 일상의 일 안에서,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쉽게 게을러지곤 한다.

칠죄종의 하나인 나태, 남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으니 얼핏 작은 죄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교부와 성인들은 나태의 죄가 그 무엇보다 무겁다고 가르친다. 칠죄종의 다른 6가지 죄의 시작이자 종점이 바로 나태이기 때문이다.

판토하 신부는 저서 「칠극」을 통해 “음란한 욕망, 먹고 마심에 절제가 없는 것, 도둑질 하는 것, 남을 시기하는 것, 농담을 하는 것, 쓸데없이 웃는 것, 나쁜 일을 꾀하는 것, 남을 헐뜯는 것 등의 여러 가지 일들이 게으름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베르나르도 성인도 “시간이란 한 번 지나가 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하느님은 시간으로 선을 행하고 공을 세우게 했다”면서 “그러니 그것을 헛되이 써 버린다면 하느님은 반드시 엄히 죄를 물어 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태를 물리치는 방법은 바로 ‘근면’이다. 이 근면은 몸을 바삐 움직이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바로 하느님을 찾는데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하느님께 “당신은 저의 마음을 당신을 따르도록 만드셨으니 당신을 따르지 않고서는 편안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기도하며 신앙인에게 있어 근면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나태를 이기는 방법이 근면이듯, 칠죄종을 성찰하는데 있어서도 ‘죄’보다 ‘덕’을 살피는데 힘써야 한다. 판토하 신부는 교만에는 겸손을, 인색에는 나눔과 베풂을, 질투에는 사랑과 용서를, 분노에는 배려와 수용을, 음욕에는 하느님의 마음을 찾는 정결을, 탐욕에는 절제를 더해 올바른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누구나 죄를 지을 수 있지만 거기서 멈춰선 안 되며, 그 죄를 통해 성찰할 수 있는 덕을 쌓아 선(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귀분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는 “우리 마음은 다중적이기에 아무리 사악한 사람이라도 그 안에는 하느님이 주신 맑은 마음이 있다”면서 “「칠극」은 바로 그런 죄 이면에 있는 ‘빛’ 바라보게 해주고 밀알 하나 만큼이라도 더 덕을 쌓을 수 있도록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수녀는 “‘죄’라고 하는 나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면 우리가 어둠 속에 있으면서도 빛으로 나아갈 능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칠죄종을 가르치는 것은 죄를 성찰하는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죄 이면에 숨어있는 빛의 삶, 즉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알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영원한 생명의 삶으로 나아가도록 이끌기 위해서다. 이번 사순 시기 칠죄종을 성찰한데 이어 구체적인 덕을 실천하는데 더욱 힘쓴다면 보다 의미 있는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