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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한국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 설립 관련’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8-03-13 수정일 2018-03-13 발행일 2018-03-18 제 308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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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전체 쇄신 각오로 피해 여성 도울 것”
교회와 사회 만연한 윤리·도덕 문제 드러낸 일들
여성 신자 전문가 위촉해 그들 입장 귀 기울일 터 
일탈 행위 막고 존중과 배려의 문화 확산에 노력

김희중 대주교는 한국교회 전체가 쇄신한다는 철저한 각오로 성폭력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한국교회가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가칭, 이하 성폭력 방지 특별위)를 신설한다. 주교회의는 사제들의 성범죄와 성추문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의 개혁과 쇄신을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2월 28일 ‘한국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문을 낸데 이어 3월 9일 전담기구 설립을 공표했다.

김 대주교는 이 담화문에서도 “상처와 분노를 가슴에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온 여성들이 교회의 쇄신과 자성을 촉구하며 성폭력의 피해를 용기 있게 고발한 점은, 사제들이 세속적인 문화와 쾌락의 폐단에 빠져 있다는 질책”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책을 달게 받고 사제들의 성범죄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이 사건이 사제들의 쇄신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신자분들께서 채찍질해주시고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주교회의 2018년 춘계 정기총회를 마친 3월 9일 김 대주교는 교계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성폭력 방지 특별위를 설립한다고 발표하고, 성범죄 사제에 대한 법적 처리 및 사제 양성과 신학생 교육 방안 연구,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와 지원 방안 연구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특히 일시적인 대응이 아니라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 간의 성폭력과 성차별의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추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밑바닥에서부터 반성하고 사제들이 먼저 쇄신돼야, 현재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확산시키자는 구체적인 실천 노력의 하나로 성폭력 방지 특별위를 운영합니다.”

특히 김 대주교는 한국 주교단은 “여성을 성의 대상으로만 보는 비뚤어진 성의식,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고통과 불이익, 불리한 환경들을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더 이상 사제 성범죄가 발발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규정을 세우고, 무엇보다 피해 여성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도울 수 있는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성폭력 방지 특별위가 가장 먼저 실시할 몫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주교단은 특별위 전문위원 중에 여성 신자 전문가를 필수적으로 위촉할 방침이다. 여성 스스로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귀 기울여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실제 교회 안에서도 사목자의 강한 권력 때문에 성적인 폭력도 쉽게 거부하지 못하거나 공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주교님들은 예수 그리스도 스스로 종처럼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것을 본받아 모든 사제들이 섬기는 마음으로 신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부터 근본적으로 “여성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그 역할과 위상을 올바로 갖출 수 있도록 돕는 노력에도 적극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사제들이 성적 문제를 일으켜도 각 교구 혹은 교회 차원에서 쉬쉬하며 감춰온 게 아니냐는 억측에 대해서도 김 대주교는 “문제가 있을 시 관할 교구에선 엄격하게 처벌해왔고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인권 존중을 위해, 무엇보다 피해자의 요청에 의해 외부로 공개를 하지 않은 사례가 많을 뿐”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이어서 어떤 문제든 지적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되며, 양측 모두가 정신적 상처까지 회복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대주교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을 빌려 ‘좋은 신자들 사이에서 좋은 목자가 나온다’면서, 신자들도 성폭력과 관련한 교회 지침들을 명확히 알아 일탈 행위 앞에서 ‘안 된다’고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노력할 뜻을 밝혔다.

나아가 김 대주교는 이번 사제 성폭력 문제는 “단순히 성직자들과 관련한 문제만이 아니라 교회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윤리적·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성은 인간사회에서 창조의 주체인데, 이러한 창조의 가치를 지닌 여성을 인격적 존재로 더욱 존중하는 교회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소나기 피하듯 잠시 노력하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쇄신하고자 하는 철저한 각오로 우선 성폭력 방지 특별위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나 자신의 쇄신을 바탕으로 우리사회의 올바른 정신문화 구축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입니다.”

■ 사제 성폭력 관련 처벌 규정은…

-정직 뒤에도 범죄 고집하면 신분 제명

교회는 우선 교회법을 통해 사제들의 성폭력을 엄격히 처벌한다.

“십계명 중 제6계명(‘간음하지 마라’)을 거스르는 다른 외적 죄에 머물러서 추문을 일으키는 성직자는 정직 제재로 처벌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고를 받은 후에도 그 범죄를 고집하면 단계적으로 다른 형벌들이 성직자 신분에서의 제명 처분에 이르기까지 추가될 수 있다.”

교회법 제1395조 제1항에서 밝힌 규정이다.

2항에서는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범할 경우도 정당한 형벌로 처벌돼야 하며, 성직자 신분에서의 제명 처분도 제외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교회의는 지난 2014년에는 「성직자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처리에 관한 지침」(교황청 신앙교리성, 2014년)에 따라 미성년자 성추행 관련 성직자가 “미성년자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공적 직무에 복귀하는 것이나 혹은 타교구 전출에서 완전히 배제시켜야 한다”고도 정했다. 또 미성년자 성추행은 교회법적으로 뿐 아니라 국가법으로도 소추되는 범죄이므로 책임 있는 국가 당국과 협력하고, 교구장 주교들은 범죄 신고에 관한 국법 규정을 준수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이에 앞서 ‘신앙교리성에 유보된 중대범죄에 관한 규범’을 올바로 적용하기 위해 ‘성직자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처리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고 각 교구에 전달했다. 곧이어 주교회의 2014년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전국 교구 총대리 회의에서 성직자의 성범죄에 관한 사례들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침’에 따라 예방교육 및 성직자들의 성범죄 문제에 대한 대책안을 연구하도록 위임했다.

또한 각 교구가 교구 실정에 맞는 대책안과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그동안 수집한 성범죄 사례와 미국교회 「성직자에 의한 성적 학대 관련 로스앤젤레스대교구 정책」 등의 사목 자료를 공유했다.

특히 각 교구 신학대학에서는 물론 각 교구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양성 교육과 외부 전문가 위탁 교육, 심리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2월 28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승훈 기자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