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길에서 쓰는 수원교구사] 조원동주교좌성당(하)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3-13 수정일 2018-03-13 발행일 2018-03-18 제 3086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주교좌성당으로 사용된 20년간 교구는 급성장·신자 수 8배 증가

조원동주교좌성당 내부.

조원동주교좌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지은 지 40년이 넘은 성당이지만, 성당 내부는 오히려 세련돼 보인다.

공간의 구성부터 눈길을 끈다. 정방형에 가까운 성당 내부 천장은 왼쪽보다 오른쪽이 높은 사선 형태다. 오른쪽 벽면에만 창문과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해, 천장의 사선 형태와 조화를 이뤄 오른편에서 빛이 쏟아지는 모습을 연출한다. 앞뒤가 긴 직사각형 형태에 중앙이 높은 전통적인 성당 공간구조가 신성함을 강조한다면, 조원동주교좌성당은 신자들에게 더욱 열린 공간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사무실을 방문해 본당사를 살펴보니 왜관 성베네딕도수도회 남도광 신부(南道光·호노라토 밀레만 Honoratus Millemann)가 설계했다고 적혀있다. 남 신부는 평생 한센병 환자와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한 것으로 더 유명한 신부다. 1960년대 왜관 성베네딕도수도회 수사들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신자들의 전례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현대적인 성당건물을 여럿 설계했는데, 남 신부도 그런 흐름의 일환으로 조원동주교좌성당을 설계한 것이다.

더 많은 신자들에게 열린 성당. 조원동주교좌성당의 건립과 함께 펼쳐간 교구의 사목이 그런 모습이었다. 제2대 교구장으로 취임한 김남수 주교는 성당 건립사업을 전개하는 동시에 교구 조직을 개편하고 교구체제를 정비해 나갔다. 특별히 평신도지도자 교육을 강화하고 전교활동을 촉진시켜, 신자들은 물론 비신자들에게도 더욱 열린 교회로 변화시켜 나가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제대의 모습도 달랐다. 여느 성당이라면 십자가상이 걸려 있을 자리에 부활 예수상을 설치해 십자가가 죽음이 아닌 영원한 생명의 상징임을 알렸다. 제대 뒷면에는 삼위일체와 칠성사를 상징하는 모자이크가 펼쳐져 있다. 20년 동안 세례성사에서부터 성품성사에 이르기까지 교구의 일곱가지 성사가 이곳 조원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됐다.

조원동주교좌성당의 모습처럼 열린 교회를 지향하던 교구의 활동에 부응해 교구는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성당을 건립하기 시작하던 1976년 교구 신자 수는 5만 명에 불과했지만, 20년 사이에 그 8배에 해당하는 40여만 명에 달하게 됐다. 게다가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교구에 조원동주교좌성당은 주요 행사를 치르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교구는 1997년 새 교구청 건립과 함께 새 주교좌성당, 정자동주교좌성당을 세웠다. 비록 새 주교좌성당이 생겼지만, 여전히 조원동주교좌성당은 교구의 공동주교좌성당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교구는 교구의 주보 ‘평화의 모후’를 기념하는 7월 9일 평화의 모후 대축일엔, 정자동주교좌성당이 아닌 조원동주교좌성당에서 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