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26) 맛집 찾기 (상)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8-03-13 수정일 2018-03-13 발행일 2018-03-18 제 308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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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출장으로 제주도에 짧게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짧은 출장 일정을 다 끝내고 그 다음 날 아침, 넉넉하게 시간을 계산한 후 공항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아침, 동네에서 아주 가깝게 지내는 동생이 나의 얼굴도 볼 겸 제주도 집에서 공항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동생을 기다리며 제주도 바닷바람을 쐬는데 그 날 따라 바람이 무척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잔잔한 파도의 물결이 마음을 편안하게 보듬어 주는 듯 하였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그 동생은 숙소에 도착했고 나는 동생 차를 얻어 타고 제주공항으로 가고 있는데, 그 동생이 내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서울로 올라가시기 전에 점심은 뭐 드시고 싶으세요?”

그 당시 출장 일정이 빠듯해 제주도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하던 차에 동생의 물음은 반갑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대뜸 말하기를,

“야, 우리 오랜만에 몸국 맛있게 하는 집에 가서 곱빼기로 몸국이나 시켜 먹을까?”

몸국은 돼지고기 뼈를 푸욱~ 우려낸 국물에 해산물의 여왕이라 칭하는 ‘톳’을 넣어서 푹 끓인 제주도 향토 음식입니다. 몸국은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제주도가 자랑하는 최고의 건강 음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몸국은 제대로 그 독특한 맛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몸국만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에 가야 후회하지 않을 음식이기도 합니다.

몸국을 맛있게 먹자는 내 말을 들은 그 동생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신부님, 차를 잠깐만 세울게요.”

그 동생은 곧 비상 깜빡이를 켜고 차를 길가에 세웠습니다. 나는 혼잣말을 했습니다. ‘점심 한 끼 먹는데 비상 깜빡이까지 켜고. 이거 좀 부끄럽네.’ 아무튼 그 동생은 차를 세우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 내용인 즉,

“여보세요, 응, 잘 지내지, 그래. 야, 혹시 몸국 잘하는데 알아? 거기는 어디? 음 거기, 간판은 뭐? 00 식당, 그래 알았다. 고마워.”

전화를 끊은 그 동생은 내게 말하기를,

“방금 친구에게 전화했어요. 이 친구는 맛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고, 제주도 맛집을 많이 아는데, 몸국 잘하는 집을 물어 보니 어디 가라고 알려 주네요. 그 식당으로 가실까요?”

그 동생의 정성이 너무나도 고마운 나는,

“그래, 그 집으로 가보자.”

우리는 부지런히 달렸습니다. 그런데 예상한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곳은 제주시 근처라기보다는 공항과도 꽤 많이 떨어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 동생 역시 꽤 멀리 가는 것이 이상해서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나 역시 비행기 시간 때문에 마음이 좀 걸렸지만, 간단하게 몸국 시켜 밥 한 그릇 말아 후다닥 먹고 공항으로 가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식당 앞에 도착한 우리는 차들이 많은 것을 보고, ‘야, 이 집이 맛집은 맛집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주 젊은 부부들이 잔뜩 있었고, 방 쪽으로는 풍선이랑 알록달록한 것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습니다. 맨 정면을 바라보니, 대형 플래카드에 ‘축! 000 아기 돌잔치. 모두 모두 행복하세요’ 그 식당에서 돌잔치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비행기 시간 때문에 그 집에서 몸국을 먹어야 하는 우리는 빈자리를 찾아서 앉자마자 종업원에게 ‘몸국 두 그릇을 빨리 좀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종업원이 빈 식탁에 앉아 주문을 하는 우리를 보고 어쩔 줄을 몰라 하였습니다.

“오늘 점심은 돌잔치 때문에 일반 손님을 안 받는데, 어쩌죠?”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