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평창서 스포츠 사목 펼친 오스트리아 올림픽위원회 담당 폴 샤반 신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3-13 수정일 2018-03-14 발행일 2018-03-18 제 308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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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과 그리스도의 관계 유지 돕는 것이 중요”
‘스포츠 사목자’로 3번째 올림픽 현장 방문
선수촌 인근서 미사 집전·상담 등 활동
오스트리아, 30년 전 스포츠 사목 시작
평창올림픽스타디움 광장 바로 앞에 위치한 춘천교구 대관령성당. 지난 한 달 내내 이 성당 사제관에서는 오스트리아 선수복을 입은 요하네스 폴 샤반(Johannes Paul Chavanne·시토회) 신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지난 2월 9일 개막한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기간은 물론 3월 18일까지 열리는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이하 평창 동계패럴림픽) 기간 중에도 이곳에 머무르며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사목을 지원했다.

폴 신부가 ‘스포츠 사목자’로서 올림픽 현장에 파견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2013년 사제품을 받은 그는 2014 소치 올림픽과 패럴림픽 때 처음으로 공식 파견됐으며, 이후 2016 리우 올림픽과 패럴림픽에도 동행했다.

가톨릭 국가인 오스트리아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스포츠 사목을 담당하는 신부가 활동해왔다. 당시 국가 올림픽위원회도 가톨릭교회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동행할 사제를 요청했다. 현재 오스트리아 올림픽위원회 담당 사제인 폴 신부는 전례신학 교수와 수도회 출판 담당 업무도 겸하지만 그 누구보다 활발히 스포츠 사목에 헌신하고 있다.

올해도 평창 선수촌 인근에서 미사 집전은 물론 고해성사, 안수 등 선수들을 위한 사목적 지원을 펼친다. 경기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하고, 신자가 아니어도 선수들이 원하면 언제든 상담에 나선다. 젊은 신부답게 스포츠 사목 현장의 모습을 페이스북으로도 활발하게 공유한다.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선수들 중 가톨릭신자는 75% 정도다. 신자 선수 비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국가 내 신자 비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한다고.

이번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 작은 십자가 선물도 준비했다. 십자가는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니면서 신자는 물론 신자가 아닌 선수들에게도 하나씩 선물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올림픽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폴 신부에게는 또 다른 작은 목표가 하나 생겼다. 바로 독일어권 나라 선수들과 함께 연합미사를 봉헌하는 것이다. 그는 “연합미사는 사제가 함께 동행하지 못한 국가 선수들에 대한 교회의 배려”라면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형제애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오스트리아교회에도 스포츠 사목을 담당하는 별도의 공식 부서는 없다. 하지만 몇몇 교구 조직 내에 구성된 스포츠 공동체가 신자들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스포츠 행사도 지원한다. 예를 들어 비엔나대교구는 교구 내 본당과 단체들을 대상으로 축구 리그를 만들어 운영하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정기 하이킹 행사도 마련한다.

특히 폴 신부는 스포츠 현장에서 ‘예수님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수들이 신앙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포츠 분야에서 복음적 가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는 제가 늘 가지고 있는 고민입니다.”

폴 신부는 아울러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국 신자들과 선수들에게도 “스포츠를 통해 신앙과 서로의 관계 안에서 단단해지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올림픽 기간 동안 파견돼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사목활동을 펼친 요하네스 폴 샤반 신부(뒷줄 가운데)와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에 참가한 선수단. 폴 샤반 신부 제공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