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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죄가 없는 것 같은데 꼭 판공성사를 봐야 되는 거야?’ / 김종환

김종환 (암브로시오·62·안양대리구 과천본당)
입력일 2018-03-13 수정일 2018-03-13 발행일 2018-03-18 제 308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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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랐고 한 달에 한번 정도 꼭 만나는 친구 세 명이 있습니다. 야고버(야고보), 친토(히야친토의 줄인 말), 그리고 저 암브(암브로시오의 줄임말)입니다. 그날도 역시 셋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도중에 친토가 말했습니다.

“암브. 너는 성사를 자주 본다며? 무슨 죄를 많이 지었길래 자주 보니? 그리고 매번 성사를 볼 때 어떻게 하냐?”

“아니 어떻게 하냐니?”

“고해소에 들어가서 어떻게 고백을 하냐고.”

“있는 그대로 죄를 고백하고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지.”

그러고는 제가 물었습니다.

“야 너희는 성사를 얼마 만에 보니” 하고 묻자 둘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판공은 안 빠지고 봐”라고 대답했습니다.

“1년에 2번? 부활, 성탄?”

“그것도 안 보면 냉담교우로 구별될까 봐 본다 야.”

“그래!?”

친구 둘이는 마치 준비라도 한 것처럼 “성사할 거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매일 미사는 못 해도 주 2~3회 미사 참례하고, 하느님을 욕되게 안 하고, 효도할 부모님은 안 계시고, 도둑질 안 하고, 사기 안 치고, 나의 아내를 사랑하고, 그리고 소죄는 미사 중에 사함을 받는 거고…. 성사할 거리가 없다니까”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런 친구를 보며 물었습니다.

“그런데 한숨의 의미는?”

그러자 “그러게 한숨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네…”라고 말끝을 흐리는 친구. 그래서 “판공 때가 되면 걱정이 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어쩌면 친구들이 말하는 것들이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저를 흔들었습니다.

야고버와 친토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질 않아 잘은 모르지만 주변에 친구들도 많고, 봉사도 많이 하고, 나쁜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항상 이웃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친구들입니다.

과연 나는 판공성사를 보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그냥 형식적으로 유년 시절의 방식으로 성사를 보는 것은 아닌지, 몇 십 년을 그렇게 봐왔으니까, 교회에서 해야 한다고 하니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그냥 판공성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음에는 만나면 내가 먼저 물어봐야겠습니다. 성사는 고민 없이 잘 보았냐고. 그리고 또 다른 부활의 삶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기쁜 부활을 맞이하고 삶의 기쁨을 맛봐야 되지 않을까’라는 다짐을 하며 주님께 기도로써 의탁합니다. 야고버, 친토 화이팅!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김종환 (암브로시오·62·안양대리구 과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