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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구 오뚜기본당, 군인들이 직접 지은 새 성당 봉헌하며 군 사목 새 전기 마련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3-13 수정일 2018-03-14 발행일 2018-03-18 제 308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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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쓰러지지 않을 군복음화 산실로 ‘우뚝’
국방부·8사단 공병대가 건축, 군종후원회는 각종 성물 후원,
군 안팎서 많은 축하객 참석
본당 출신 전역자 축가 ‘눈길’. 환희와 감격, 감사의 자리
성스러움·예술성 겸비한 모습. “주님 은총 체험하는 곳 되길”

군종교구 오뚜기본당 새 성전. 본당은 3월 10일 교구장 유수일 주교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열고 본당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환희와 감격, 감사의 자리였다. 군종교구 육군 제8기계화보병사단 오뚜기본당(주임 김대건 신부)은 3월 10일 오전 10시 경기도 포천시 노곡리 921-1 현지에서 교구장 유수일 주교 주례로 새 성당 봉헌식을 열었다.

1963년 11월 본당으로 설정되고 17년 만인 1980년 9월 첫 성당을 봉헌했던 오뚜기본당은 38년간 정들었던 옛 성당을 떠나 이날 군 안팎 신자들 3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 성당을 봉헌하고 본당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봉헌식 미사에는 박근호 신부(군종교구 승진본당 주임), 최재환 신부(군종교구 청성본당 주임) 등 군종사제단은 물론, 오뚜기본당 이웃인 춘천교구 철원 김화본당 주임 김학배 신부, 포천 일동본당 주임 정비오 신부와 평신도들도 참석했다.

오뚜기본당 새 역사가 열리는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전역한 병사들도 군복이 아닌 멋진 사복을 차려 입고 새 오뚜기성당을 찾았다. 군종교구 유일의 교구 승인 성가대인 앗숨성가대 홍민영(비비안나) 지휘자를 비롯해 단원 16명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이른 새벽 출발해 누구보다 먼저 오뚜기성당에 도착하자마자 전례성가를 연습했다. 성당 밖에까지 들리는 앗숨성가대의 성가 소리가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국방부와 8사단 공병대가 건축한 성당에 제대, 독서대, 해설대, 예수성심상, 성모상 등 대부분의 성물을 후원한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방정태(베드로) 사무국장 등 임원진도 일찌감치 오뚜기성당을 찾았다. 군종후원회 담당 사제이자 군종신부 출신 원로인 이성운 신부(서울 압구정동본당 주임)는 봉헌식에 앞서 군종후원회 회원들과 오뚜기성당 내외부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필요한 성물과 물품을 꼼꼼히 확인해 지원했다.

새 성당 봉헌식 미사는 성수축복 예식, 성인호칭기도, 크리스마 성유 도유, 분향 예식, 제대차림과 불밝힘 등의 순서로 엄숙하면서도 경건하게 진행됐다.

유 주교는 강론에서 “사람이든 사물이든 첫 인상이 중요한데 완성된 새 오뚜기성당을 보니 예술성과 성스러움을 겸비한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며 “성당 위에서 세상을 굽어보고 있는 예수성심상과 성당 마당의 성모상, 성당 곳곳 편의시설 등을 다 갖춰 정말 잘 지은 성당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성당이 구원의 집, 복음화의 집, 주님의 은총을 체험하는 놀라운 장소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성당에서 기도하면서 하느님을 체험했던 것처럼, 신자들은 어디에서나 하느님을 만날 수 있지만 특히 성당이야말로 하느님을 체험하는 가장 중요한 장소”라고 강조했다. 유 주교는 “빗자루를 들고 다녔던 프란치스코 성인을 본받아 오뚜기본당 신자들도 새 성당을 내 집이라 여기고 깨끗하고 경건한 성당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봉헌식 축가는 특별했다. 오뚜기본당에서 군종병으로 군생활 했던 남지성(멜키올)씨가 전역 4일 만에, 같은 본당에서 신앙생활 하다 1달 전에 전역한 박동원(필레몬)씨와 ‘투코다’라는 팀으로 창작곡 ‘너의 마음 안에’를 불렀다. 남씨는 “군종병으로 생활하며 새 성당이 지어지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지만 막상 봉헌식에 와서 보니 감동이 새롭다”고 말했다.

본당 주임 김대건 신부는 봉헌식 처음부터 끝까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오늘 봉헌된 새 성당을 앞으로 더욱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겠다”며 “성당 봉헌식을 준비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시간도 있었지만 저와 함께했던 병사들과 군인 신자들 덕분에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가 3월 10일 오뚜기성당 봉헌식에서 제대에 크리스마 성유를 도유하고 있다.

군종교구 오뚜기본당에서 신앙생활 하다 전역한 신자들로 구성된 ‘투코다’가 축가를 부르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