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제 한국교회도 ‘스포츠 사목’ 적극 나설 때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3-13 수정일 2018-03-14 발행일 2018-03-18 제 3086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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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돕는 ‘영적 지도자’

유럽·미국교회는 예전부터 담당 사제 활발하게 활동
한국교회는 서울대교구가 전문가 양성 앞장서 ‘눈길’

서울대교구 임의준 신부와 춘천교구 강동금 신부, 오스트리아 대표팀 요하네스 폴 샤반 신부, 독일 대표팀 김용해 신부와 크리스티안 보데 목사(왼쪽부터)가 3월 9일 대관령성당 마당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도 신앙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포츠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 사목’을 전문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올해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한국 평창에서 열리고 서울대교구가 지원 사제를 파견하면서, 스포츠 전문가 양성과 지원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전담 사제를 파견했고, 역사상 처음으로 패럴림픽 현장에서도 선수들을 위해 사제가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임의준 신부(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 담당)는 현재 ‘선수들의 신부’로 불리며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사목을 도맡고 있다. 임 신부는 태릉선수촌 내 성 세바스티아노 경당 담당으로 활동하던 중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올림픽과 인연을 맺었다. 임 신부는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이 염수정 추기경에게 올림픽에 사제를 파견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른바 스포츠 사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임 신부도 스포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상태는 아니었다.

최근 서울대교구는 스포츠 사목 전담 사제 양성에도 앞장 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교구 사목방침에 따라 임 신부는 이달부터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에서 글로벌 스포츠 리더 전문 과정을 시작했다.

임 신부는 “앞으로 교구와 논의해 스포츠인권위원회, 스포츠상담센터, 가톨릭스포츠인협의회 등을 구성하는 데에도 힘쓸 계획”이라면서 “스포츠 선수들이 선수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교회가 선수들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과 미국교회 등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스포츠 사목 담당 사제를 두고 국가대표 및 각 분야 스포츠 선수들을 위한 ‘영적 지도자’ 파견에 힘을 싣고 있다. 독일 교회의 경우 에큐메니칼 전례를 진행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독일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가 각각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파견한 신부와 목사가 공동으로 ‘말씀의 전례’를 진행하고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 선수들이 동참하는 식이다.

오스트리아 교회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도 전담 사제를 파견했다. 독일 교회는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사제를 파견했지만 패럴림픽 기간에는 사제가 머물기 어려워 한국교회에 협조를 요청, 예수회 김용해 신부가 평창패럴림픽 기간 동안 독일대표팀 담당 사제로서 활동 중이다.

김용해 신부는 “유럽교회 스포츠 사목 담당 사제들의 경우 이미 수십 년간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는 물론 코치와 감독 등 각 분야 스포츠 관계자들과 깊은 친분을 유지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패럴림픽 기간 중 독일 대표팀 담당 목사와 함께 평창 독일 하우스에서 공동 전례를 집전하기도 했다.

김 신부는 “독일에선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공동번역성서를 사용하고 주님의 기도도 똑같아 함께 전례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면서, “올림픽 정신과 팀워크로 함께 하는 선수들이어서 그들 스스로도 전례를 함께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창패럴림픽 개막 이틀 전인 3월 7일 로마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일반알현 중 “평창패럴림픽이 모두에게 평화와 기쁨의 나날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특히 “패럴림픽 선수들은 용기와 끈기,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강인함을 보여주는 모범”이라면서 “스포츠는 포용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영감과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헌신을 배울 수 있는 거대한 학교”라고 말했다. 이어 “패럴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우리 자신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음을 더욱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