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56) 이스라엘 예루살렘 인근 올리브 산의 ‘주님 눈물 성당'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rn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입력일 2018-03-13 수정일 2018-03-13 발행일 2018-03-18 제 3086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인류 구원 위해 흘리신 눈물을 기억하며
예루살렘 도성 멸망 예고하며 애통함의 눈물 떨구신 예수님
눈물방울 형상화해 만든 외관
반원형 창문의 성작·성체 문양
십자가 희생 통한 구원 의미

주님 눈물 성당의 외부 전경과 옛성당의 기둥 유물.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 혹은 ‘평화의 근원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분쟁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현재 세상의 그 어느 곳보다도 평화를 갈구하는 도시다. 예루살렘은 그리스도교 뿐 만이 아니라 유다교와 이슬람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성지이기도 하다. 특히 예루살렘 인근의 올리브산에는 그리스도교와 관련된 성지가 많이 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오가실 때마다 올리브 산을 거쳐 가셨으며, 낮에는 성전에서 가르치고 밤에는 올리브 산에서 쉬기도 하셨다. 최후 만찬을 하신 후에는 제자들과 함께 산으로 올라가 밤을 새워 기도하시던 중 체포되셨다.

올리브 산 곳곳에는 주님의 기도 성당, 겟세마니 대성당(고뇌의 성당), 겟세마니 동굴 성당, 주님 눈물 성당, 예수 승천 경당 등이 있다. 이런 성당이나 경당은 이곳에 머무셨던 예수님의 발자취와 가르침을 되새기게 해준다.

예루살렘 성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유다인과 그리스도인들의 공동묘지가 조성돼 있다. 유다인의 묘지는 성벽 가까이에 많이 있고 그리스도인들의 묘지는 올리브 산에 흩어져 있다. 성전 가까이에 묻히면 부활 때 가장 먼저 되살아나 일찍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은 성벽 가까이나 올리브 산을 명당 묘역으로 생각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오셨지만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분을 배척하며 십자가를 지게 하여 죽음의 길로 내몰았다.

‘주님 눈물 성당’(Dominus flevit)은 예수님께서 흘리신 고귀한 눈물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올리브 산에 올라가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면서 그 도시의 멸망을 예고하며 눈물을 흘리셨다(루카 19,41-44). 그 눈물은 회개하지 않는 이스라엘 사람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흘리신 것이다.

6세기경에는 올리브 산 24곳에 성당이나 경당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의 성당 자리에도 비잔틴 양식의 건물이 있었지만 파괴돼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로 있었다. 1955년에 이스라엘 성지의 많은 곳을 관리하던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이 뜻 깊은 자리에 주님 눈물 성당을 지었다.

성당의 외관은 매우 특별하고 인상적이어서 한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다. 예수님께서 흘리신 눈물방울을 형상화한 작지만 아름다운 성당이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자리에 있다. 예수님의 눈물 한 방울이 그대로 성당으로 변화돼 이곳에 있는 것 같다. 성당의 규모는 매우 작아서 불과 30명 정도가 들어가서 기도하며 미사를 봉헌할 수 있을 정도다.

주님 눈물 성당의 제단 바로 뒤편에 반원형의 아름다운 창문이 있다. 외부의 빛이 들어오는 유일한 곳이라서 우리의 시선은 창문과 그 밖을 향하게 된다.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는 신자를 향하여 바깥 풍경을 볼 수 없지만 신자들은 사제의 등 뒤에 펼쳐진 예루살렘 전경을 미사가 봉헌되는 동안 계속 보게 된다.

주님 눈물 성당의 내부 창문을 통해 바라본 예루살렘.

창살 한가운데는 성작과 성체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예수님의 희생과 죽으심을 통해서 예루살렘을 비롯한 온 세상이 구원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문양 아래의 가시 줄기는 예수님께서 눈물을 흘리며 겪으신 내적인 고통을 보여준다.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면 예루살렘 시가지가 한 폭의 그림처럼 들어온다.

순례자들이 올리브 산의 비탈길을 돌고 돌아 이 성당을 찾는 이유는 기도의 목적 뿐 아니라 성당의 마당에서 예루살렘의 풍경 전체를 가장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눈물을 흘리며 애태우셨던 곳이 지금은 전망대와 같은 역할을 하며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다.

예루살렘 전경과 묘지, 이슬람교 대사원의 황금빛 지붕.

원래 예루살렘 성전이 있던 터에 지금은 웅장한 이슬람교 대사원(쿠바트 아스 사크라)이 자리 잡고 있다. 대사원의 황금빛 지붕은 크기와 화려함 때문에 예루살렘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예루살렘을 포함해 이스라엘 곳곳의 성지는 대부분 소박해 예수님 시대의 옛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성지나 유적지의 보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 경당이나 성당을 꼭 필요할 경우에만 최소화해서 건립했다. 자칫 성지에 주변과 조화되지 않는 큰 성당을 짓게 되면 본래 성지의 모습을 훼손하거나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님 눈물 성당에서도 교회의 유적지나 유물을 잘 보존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성당의 마당에서는 비잔틴 시대에 건립된 옛 성당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초기 성당의 기둥과 건물 잔해들은 지난날 오랜 세월 동안 있었던 일을 말없이 속삭인다. 60여 년 전, 사람들은 주님 눈물 성당을 지으면서 지나간 성당의 유물을 보존하여 보여줌으로써 이곳이 역사적으로 매우 값지고 소중한 장소라는 것을 알려 준다.

우리나라의 각 교구에도 여러 유적지나 성지들이 흩어져 있다. 그곳을 어떻게 관리하고 보존하며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성지의 보존만을 중시하면 방치될 수 있고, 개발에 치우치면 원형을 잃어버릴 위험에 빠지게 된다. 성지의 보존과 개발 그리고 활용에 대해 많은 사람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느님의 뜻이나 지혜는 한 사람 보다는 하느님 백성 전체의 목소리 안에 담겨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찾아 모우면 지혜의 원천이신 하느님께서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을 열어 주시리라 믿는다.

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rn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