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 설립한다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8-03-13 수정일 2018-03-14 발행일 2018-03-18 제 3086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주교회의 2018 춘계 정기총회 결과
피해자 인권 보호와 지원 방안, 사제·신학생 교육 등 연구·제안
부활에 ‘4·3 70주년’ 선언문 발표, 개정된 교회 법전 출판 예정
10월 세계주교시노드 대표에 조규만·정순택 주교 선출

한국교회가 사제들의 성범죄와 성추문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주교회의에 ‘교회 내 성폭력 방지 특별위원회’(가칭, 이하 성폭력 방지 특별위)를 설립한다.

또 각 교구청에 교회 내 성폭력 피해를 접수할 수 있는 단일 창구를 설치, 접수된 사안을 해당 교구장 주교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사목적 방안을 마련한다.

한국 주교단은 ‘주교회의 2018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심층 논의하고 곧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성폭력 방지 특별위는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와 지원 방안, 성폭력(성범죄) 사제에 대한 법적 처리 및 사제 양성과 신학생 교육 방안 등을 연구·제안한다. 특히 눈가리기식 대처 규정을 마련하는데 머물지 않고, 교회 내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 간의 성폭력과 성차별의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쇄신을 위한 제도 개선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러한 개선책에는 교회 안에서부터 여성의 인권과 위상을 고양하는 노력도 포함된다.

위원으로 성직·수도자 뿐 아니라 평신도 여성 전문가를 위촉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교단은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여성의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방지 특별위 위원장은 주교회의 의장이 맡고, 위원은 10명 내외로 구성한다. 아울러 주교단은 성폭력 발생 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교회법·사회법적 처벌에 관한 지침과 규정들을 사제들에게 적극 교육하고, 사제들의 쇄신을 호소하며 정기적인 양심성찰과 고해성사 등을 실시키로 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주교님들 모두 최근 터져 나온 사제 성폭력 문제는 하느님께서 한국교회에 주신 마지막 경고장이 아니겠느냐는 위기감을 갖고,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밑바닥에서부터 자성하고 쇄신과 변화의 길을 마련코자 한다”고 전했다. 김 대주교는 또한 “하느님께서 주신 최대의 선물인 자유의지를 선용하는지 혹은 남용 및 악용하는지에 따라 삶의 모습과 가치는 달라진다”면서 “특히 신자들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말 한 마디라도 역지사지의 마음과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주교단은 이번 총회에서 전국위원회 일부 위원장과 주교위원회 일반위원 선임 및 위원 배정을 확정했다.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평화와 화해의 복음적 의미와 부활의 교회적 의미를 담은 선언문도 발표하기로 했다. 이 선언문은 4월 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 위원 주교들 공동 명의로 발표된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5차 정기총회에 참가할 한국 주교회의 대표로는 조규만·정순택 주교를 선출했다. 이번 총회로 임기가 만료된 주교회의 사무처장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 김준철 신부의 연임도 승인했다.

이밖에도 주교단은 교황의 자의 교서 「교회법전들 사이의 일치 - 교회법전의 몇 가지 규범들의 개정에 관하여」에 따라 개정된 교회법 조항의 번역을 승인했으며, 향후 새로운 「교회 법전」을 출판할 예정이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