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 폐렴 부종으로 응급수술한 몽골인 잠스랑 앙그락씨

최유주 기자
입력일 2018-03-06 수정일 2018-03-07 발행일 2018-03-11 제 308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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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 폭언과 임금 문제로 떠돌다 건설업 일용직으로 근무하던 중
폐 심하게 훼손돼 응급수술 받아 지인들 도움으로 일부 병원비 지불
이번 달까지 2천여만 원 갚아야

3월 4일 인천 답동 가톨릭사회사목센터를 찾은 앙그락씨(오른쪽)가 이주사목부 직원 김란씨에게 병원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9년, 몽골인 잠스랑 앙그락(Jamsran Angarag·30)씨는 한국에 오면 바다를 볼 수 있고 또 바다에서 일할 수 있다는 부푼 기대와 꿈을 안고 입국했다. 전라북도 어촌에서 어업노동자로 취업했다.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겨우 끝나는 일과. 하루하루 고됐지만 앙그락씨는 고기 잡는 일이 재밌고 즐거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나마도 오래할 수 없었다. 사업주의 폭언과 임금 문제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앙그락씨는 전국을 떠돌며 공장, 농장, 일용직 등을 전전했다. 2년 전쯤에야 비로소 인천에 정착한 앙그락씨는 건설업 일용직 일을 해왔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시작된 기침이 점차 심해지기 시작했다. 한번 기침이 나오면 한 두 시간씩 멈추지 않았고, 일주일에 2~3일은 잠을 자기도 힘들 정도가 됐다. 식도가 타들어가는 고통 때문에 음식조차 편히 먹을 수 없었다. 심한 고통이 지속됐지만 앙그락씨는 약국에서 진통제를 처방받아 먹으며 계속 참아왔다. 의료보험도 없고 어느 병원에 가아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고통을 참다 참다 지난해 9월 동네 병원을 찾았다. 폐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대형병원을 가보라는 말을 듣고 지난 1월 인천 길병원을 방문했다가 바로 응급수술을 받게 됐다. 기관지와 식도에 구멍이 났고, 그 속으로 음식물이 들어가면서 오른쪽 폐가 심하게 훼손돼 잘라야 하는 상태였다. 폐렴과 부종으로 인해 폐 일부를 절제하고 식도와 기관지 누공을 접합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게다가 연락조차 받지 않는 가족들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앙그락씨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형, 누나의 생계를 지원해왔다.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돈을 벌면 가장 먼저 몽골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냈다. 그런데 가족들은 그가 돈을 보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연락조차 받지 않고 있다. 앙그락씨는 “유일한 혈육이기에 믿고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보내줬는데, 몸이 병 든 것만이 아니라 마음에도 큰 상처가 셩겼다”고 말한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퇴원을 하긴 했다. 병원비 2700여만 원 중 일부는 본인이 그동안 모은 돈과 한국에 있는 몽골인 지인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정성으로 갚았다. 하지만 이번 달까지 남은 병원비 2000여만 원을 갚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김미카엘 신부(인천교구 사회사목국 이주사목부 국장)는 “가장 소외받고 인권사각지대에 속해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제는 우리들도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그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 주고 십시일반 나눔의 손길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앙그락씨는 “기침이 줄고 잠을 잘 수 있어 좋다”면서 “건강을 회복하면 열심히 일해서 병원비를 꼭 갚고 싶다”고 뜻을 전했다.

※성금계좌※

KB국민은행 651001-01-407421

예금주 인천교구외국인노동자상담소

모금기간: 3월 7일(수)~3월 27일(화)

기부금 영수증 032-765-1094 인천교구외국인노동자상담소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