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탈렌트를 받은 사람들] 테너 김세일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3-06 수정일 2018-03-07 발행일 2018-03-11 제 3085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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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고통 전하는 수난곡 사순 시기에 부르게 돼 은총”

테너 김세일(베드로)씨는 1년 중 사순 시기에 가장 바쁘다. 그는 벌써 10여 년 째 유럽 무대에서 ‘에반젤리스트’역을 도맡아 하고 있다.

복음사가를 뜻하는 에반젤리스트는 각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동시에 해설자다. 가사를 정확하게 전달해주기 위해 좋은 발음과 경건하고 섬세한 음색이 요구돼 동양인에게 이 역이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2007년 스위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등 유럽 무대에서 꾸준히 에반젤리스트역을 맡고 있다. 국내에는 연주 일정이 있을 때만 머무른다.

김씨는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 에반젤리스트역으로 무대에 설 때는 더욱 그렇다.

“수난곡을 들으면 더 큰 고통을 받으신 그리스도가 떠올라 제 고통이 작아집니다. 수난곡에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고통이 담겨 있어 듣거나 부르기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성경 말씀에 정말 아름다운 멜로디가 입혀진 곡입니다.”

그에게 신앙은 생활이다. 또한 늘 주님과 함께였다고 고백한다. 어머니로부터 신앙을 물려받은 김씨는 가톨릭 신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더 잘 살고 싶은 욕심이 날 때도 있었지만 매 순간 주님 뜻을 발견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특히 스스로도 음악으로 큰 위로를 받는다. 최근 2년 동안 신앙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김씨는 수난곡에 푹 빠져있었다. 자신의 내면과 인생 또한 다시 돌이켜 볼 수 있도록 이끌고 위로를 전하는 곡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제 탈렌트로 사순 시기에 그리스도의 수난을 전할 수 있어 큰 은총”이라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이어 “수난곡 전체를 연주 하면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경건한 종교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예고를 중퇴하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간 김씨는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과 스위스 제네바 음악원, 스위스 취리히 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2005년 아테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2위 등 해외무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2014~2015년에는 EBS 라디오 ‘클래식 드라이브’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가 즐거워 할 수 있는 탈렌트를 주셔서 하느님께 더욱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제 탈렌트를 좀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소명입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