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제 영혼이 당신을 우러러 뵈옵니다

채종완(스테파노ㆍ수원교구 안성본당)
입력일 2018-03-06 수정일 2018-03-06 발행일 2018-03-11 제 308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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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영혼이 당신을 우러러 뵈옵니다.

청순하던 그 많은 날들을 딴짓하느라 더럽혀놓고,

이제 애처로이 당신 앞에 엎드렸사옵니다.

당신 앞에 내 더러움을 내놓습니다.

아무리 더러워도 깨끗이 씻어 주신다는 당신 이야기를 듣고,

푸른 풀밭에 시냇물이 흐르고, 시원한 바람과 맑은 하늘이던,

그 어렸을 때의 마음을 그리며 당신을 우러러 뵈옵니다.

인간으로서는 되찾을 수 없는 그 시절을 되찾게 해 주신다기에,

쭈글쭈글한 얼굴을 서리 맞은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쪼그라진 몸뚱이를 두근거리는 가슴에 담아,

붙어버린 입과 눈물을 함께 당신 앞에 내놓습니다.

“이젠 늦었어!” 하는 절망감을 꺾어들고, 두려움을 내쫓으며,

달려가는 세월의 허리춤을 꼭 붙잡고, 지친 마음을 채찍질하며,

눈물 때문에 보이지 않는 길을, 무거운 죄와 비웃음을 힘겹게 지고

허둥지둥 달려 왔사옵니다. 당신이 계시리라 짐작되는 이곳을 향해….

당신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몰랐던 당신을 알았습니다.

인자하신 당신의 얼굴을 보는 순간,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눈을 감고 마음을 열고, 당신 앞에 조용히 두 손을 펴듭니다.

당신께서 주시는 기쁨과 평화를…, 잃었던 웃음을 받으려고….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나를 내쫓지 않고 받아 주시고, 내 눈물을 닦아 주셨습니다.

내 탓의 더러움을 당신 피로 씻어 주시고, 병든 나를 고쳐 주셨습니다.

허기져 죽어가는 나를 생명의 양식으로 살리셨습니다.

막혔던 내 성대가 당신을 찬양합니다.

잃었던 흥겨운 소리를 되찾아 당신을 찬양합니다.

두 손 쳐들고 감사 찬양 올립니다.

당신이 주신 기쁨과 평화를 두 손에 받쳐 들고 찬양 올립니다.

어리석고 미련한 나를 깨우쳐 주시어 당신의 도구로 삼으소서.

나를 위해 죽으신 당신을 바라보며, 나도 이제 당신만을 위해 살렵니다.

어리석어 보였던 당신의 길이 참된 길임을 알았으니

나도 그 길을 따라가렵니다. 그 길이 아무리 험하고 외롭다 해도….

나에게 당신의 영을 부어 주소서.

나에게 힘과 용기를 주소서.

나에게 지혜와 슬기를 주소서.

그리고 당신 손을 놓치지 않게 항상 깨어있게 해 주소서.

아멘.

채종완(스테파노ㆍ수원교구 안성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