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폭력으로 얼룩진 시리아에 희망을

입력일 2018-03-06 수정일 2018-03-06 발행일 2018-03-11 제 308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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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터키 남서부 해안가에서 엎드린 채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를 기억하는가.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난민이 된 아일란의 가족들은 터키에서 인간 이하의 힘든 생활을 이어가다 그리스행 배에 올랐다. 배는 에게해를 건너다 좌초됐고 아일란은 엄마의 손을 놓친 채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아일란 가족의 비극은 4년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도 계속되고 있다. 비참하게 숨진 아일란의 사진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유럽이 대규모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그 효과는 불과 수개월에 그쳤다.

8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은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다. 시리아 인구 절반인 약 500만 명이 난민이 됐고 국토는 초토화됐다. 초기교회 순교자의 땅인 시리아에서 자행되는 잔혹한 폭력은 200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그리스도인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최근 시리아 반군 거점 지역인 동구타에서는 어린이 150여 명이 정부군 공습으로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 내전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순교자의 땅 시리아와 중동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쟁과 난민 문제는 이제 우리 신앙인이 가장 먼저 나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교회는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시리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폭력으로 고통받는 난민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에 나서고 있다. 신앙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전쟁의 고통은 단순히 몇 명이 숨졌다는 ‘통계’로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인류는 한 가족이며 모든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