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원주 구곡본당 군선교 봉사위원회, 13년째 36사단 백호본당서 ‘떡볶이 봉사’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2-26 수정일 2018-02-26 발행일 2018-03-04 제 3084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매콤달콤 떡볶이에 엄마의 사랑 듬뿍 담았어요”

2월 11일 원주 제36사단 백호본당에서 병사들을 위해 떡볶이를 만드는 ‘군선교 봉사위원회’ 회원들(왼쪽)과 교리교육을 마친 뒤 떡볶이를 먹고 있는 훈련병들.

‘떡볶이 할머니들이 만드는 엄마표 마약 떡볶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의 조합이다.

군종교구 원주 제36보병사단 백호본당(주임 이응석 신부)에서 매달 두 차례 병사들을 위해 떡볶이를 만드는 ‘군선교 봉사위원회’(대표 장시경) 봉사자 10여 명은 대다수가 70~80대 할머니들이다. 할머니들이 만들지만 엄마가 집에서 손수 만든 것처럼 먹으면 먹을수록 먹고 싶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엄마표 마약 떡볶이’다. 2005년에 원주 구곡본당 신자들이 중심이 돼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 병사들에게 간식을 해 주자’는 뜻에서 시작한 떡볶이 봉사가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둔 2월 11일 주일 오전 8시 무렵에도 원주 구곡본당과 명륜동본당 신자 10여 명이 백호성당을 찾았다. 손에는 떡볶이에 쓸 떡과 양념, 병사들에게 타줄 커피가 그득히 들려 있었다. 본래 매월 첫째, 셋째 주에 떡볶이 봉사를 하지만 병사들이 설을 조금이라도 더 훈훈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 봉사날짜를 바꿨다.

성당 안에 마련된 주방 시설에서 200명분의 떡볶이를 만드는 손길은 분주하면서도 능숙했다. 아들 같은 병사들이 세상 없이 맛있게 먹을 모습을 떠올리면 흥이 절로 나는 듯했다. 오전 9시 머리를 빡빡 깎은 제36사단 훈련병들 150여 명이 백호성당에 모여 이응석 신부로부터 가톨릭 기본 교리를 배우는 동안 주방에 설치된 대형 무쇠솥에서는 떡볶이가 김을 모락모락 내며 맛이 들어가고 있었다.

교리 교육을 마친 훈련병들은 군기가 바짝 들어 식당으로 이용하는 성당 옆 야외 천막으로 줄을 반듯하게 맞춰 움직였다. 꽤 추운 날씨였지만 온풍기와 방금 떠낸 떡볶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추위를 녹였다. “어머니, 잘 먹겠습니다!”라고 우렁차게 외치고 떡볶이를 먹기 시작한 훈련병들의 표정은 ‘군대 와서 이렇게 맛있는 떡볶이를 먹을 줄은 몰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전영민(모세) 훈련병은 “입대하고 두 번째로 떡볶이를 먹었는데 봉사하시는 분들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든다”며 “사회에서는 성당에 잘 안 나가다 군대 와서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훈련병들을 인솔하고 온 조교 정재훈(안드레아) 일병은 “당직을 서느라 성당에 못 온 동료 조교들도 떡볶이를 먹고 싶어해 봉사자들이 떡볶이를 싸 주신다”고 밝혔다.

‘군선교 봉사위원회’ 창단 회원이면서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장시경(레오나르도·63·원주 구곡본당)씨는 “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백호본당에 아무 주방시설이 없어 원주 제1야전군사령부 통일대본당에서 조리를 해 들고 나르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종신부님들과 부대의 협조로 그릇부터 냉장고, 설거지 시설을 갖춰나가 일이 편해졌다”고 밝혔다.

“저희들의 조그만 봉사가 새 영세자를 낳는 등 군 복음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는 사실에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