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성슬기 기자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2-26 수정일 2018-02-26 발행일 2018-03-04 제 3084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2월 24일 강원 평창 보광휘닉스파크 경기장 내 ‘성폭력 상담센터’를 찾았다. 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포스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나쁜 짓인지 몰랐다는 발뺌.”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일단 발뺌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만 봐도 그렇다. 일단 ‘사실 무근’이라며 시치미를 뗀다. 그러다 피해자가 실명으로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그제야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태도를 바꾸곤 한다. 게다가 피해자들은 대부분 위계질서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어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이곳 평창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림픽 경기장 내 ‘성폭력 상담센터’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김성숙 수녀는 경기장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피해자들도 사실을 밝히길 꺼려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피해자도 가해자와 함께 경기장에서 쫓겨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미투’ 운동이 ‘손가락 장난’이 돼서는 안 된다는 김 수녀 말처럼 더 이상 가해자 까발리기를 위한 자극적인 말들에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성희롱, 성추행 관련 처벌을 강화하고 성폭력특별법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등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여성을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