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내 최초 색실누비 숙련기술전수자 김윤선 명장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2-20 수정일 2018-06-18 발행일 2018-02-25 제 3083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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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부터 묵주집, 안경집 등 작품 30여 점 전시
알록달록 색색의 실로 잇는 전통과 현대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색실문양누비공방에서 만난 김윤선 명장.

“명품이요?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것 아닐까요.”

지난 30여 년 동안 ‘색실누비’ 작업을 해온 김윤선(가타리나·서울 풍납동본당) 명장은 “진정한 명품은 손으로 정성들여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색실누비 직종 숙련기술전수자다.

숙련기술전수자가 되려면 현장에서 최소 15년 이상 종사하며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하는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그는 2015년 숙련기술전수자로 선정됐다.

색실누비는 천과 천 사이에 한지로 만든 끈을 말아 넣고 색색의 실로 그 선을 따라 촘촘하게 꿰매는 바느질 기법이다. 아름답고 튼튼하며 습기에 강해 유용하다. 주로 규방 생활용품을 만드는데 쓰였다. 조선 시대까지 잎담배를 넣던 담배쌈지와 부싯돌을 넣던 부시쌈지도 색실누비로 만들어 일상에서 사용했지만 어느 순간 명맥이 끊겼다.

명품브랜드 핸드백을 재해석해 색실로 누빈 핸드백.

김 명장은 사라져가는 전통 공예인 색실누비의 불씨를 되살린 주인공이다. 그의 말대로 색실누비는 30여 년 전만 해도 박물관 같은 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유물’이었다. 하지만 김 명장은 할아버지가 쓰시던 담배쌈지를 재현하면서 그 불씨를 되살렸다. 그가 재현한 담배쌈지는 1997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입선했다. 이 작품은 당시 ‘사라져가던 우리 물건을 되살렸다’며 환영을 받았다. 그는 “할아버지의 담배쌈지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소박한 멋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10년 정도 옛 물건을 재현하는데 힘을 쏟아왔다. 현대인들의 생활양식에 맞는 분야를 선보이기 위해 연구에 연구도 거듭했다. 그 결과 이브닝 백, 브로치, 안경집 등도 색실누비로 선보이게 됐다.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십자가도, 늘 지니고 다니는 묵주와 묵주집도 모두 색실누비로 만들었다.

김윤선 명장이 만든 묵주.

2013년 2월엔 명품브랜드 핸드백을 재해석해 색실로 누빈 핸드백을 서울의 한 핸드백 박물관에서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 내외가 베트남 순방 때 영부인 김정숙(골롬바) 여사는 하얀 셔츠를 입고 ‘색실누비 선추(扇錘) 목걸이’를 걸었다. 바로 김 명장의 작품이었다. 선추는 주로 부채 끝에 다는 전통 장식품으로 옛 선조들은 그 안에 바늘 등을 넣어 다니기도 했다.

김 명장은 “이제는 많은 이들이 색실누비에 관심 갖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색실누비를 배우러 많이 온다”고 말했다.

김 명장의 할아버지가 쓰시던 담배쌈지를 재현한 담배쌈지.

2011년부터는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색실누비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 해 20명 정도가 그에게 색실누비를 배우러 찾아온다.

하지만 2010년 즈음엔 스승 없이 한 분야를 개척해나가는데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그는 “어떤 분야에서 앞서간다는 건 늘 부담”이라면서 “삶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고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때 신앙이 큰 힘이 됐다. 신앙은 그가 갇힌 틀에서 벗어나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 특히 이기적인 마음을 버릴 수 있도록 해줬다.

김 명장은 “하느님 안에서 생각을 하면 어떤 일이든 편안해졌다”면서 “하느님께서는 제게 어떤 순간에도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는 힘을 주셨다”고 고백했다. 이어 “제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시고 조언해주시던 신부님이 계셨는데 덕분에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가톨릭교리신학원에서 특별강좌 등 한 과목을 듣는 것이다. 그는 “뭔가를 꾸준히 배워야 깨어 있을 수 있다”면서 “지나고 보니 사람은 외부로부터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 명장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3월 6일~25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 선사 박물관에서 열린다.

‘한지를 품은 색실누비-김윤선의 색실누비전시회’에서는 담배쌈지, 안경집, 이브닝백 등 색실누비 작품과 유물 등 30여 점을 전시한다. 색실누비를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는 이색 전시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