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운동장에 그네와 시소가 뚝딱뚝딱! 아이들 웃음소리 까르르~ 낯설어하던 아이들 활짝 웃으며 달려와 “감사합니다, 컵짜이” 한달간 모여 세부 프로그램 기획, 학교 외벽 페인트칠, 시설 보수 등 구슬땀 흘리며 희망과 사랑 선물
■ 진심과 사랑으로 소통
“컵짜이!” 봉사활동의 결실이 하나둘 더해갈수록 ‘감사합니다’라는 뜻을 가진 ‘컵짜이’라는 라오스 말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어는 봉사활동에 나선 청년들의 입에서 더 많이 나왔다. 라오스 현지 아이들이 손수 꺾어다 준 꽃송이들과 작은 선물들 때문이다. 청년들이 처음 방문을 했을 때만 해도 어색해하며 주변을 맴돌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며 호감 가득한 눈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꽃송이를 내밀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져온 선물들로 청년들은 봉사를 하다 말고 감동 겨운 웃음을 띠기도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매일 얼굴을 보다 보니 아이들과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높아졌다. 청년들이 봉사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아이들이 찾아와 자리를 메우고, 쉬는 시간이면 라오어를 배우며 서로 소통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주는 것도 낯설어하던 아이들은 금세 활기를 띤 목소리로 청년들의 이름을 물었다. 청년들의 이름을 외운 아이들은 버스가 도착하는 이른 아침이면 버스 문 앞에 서서 아는 이름들을 외치기도 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자라온 환경도 달랐지만 ‘진심’과 ‘사랑’으로 소통하는 모습이었다. 청년봉사단에서 총무를 맡은 고건(아론·31)씨는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먼저 이름을 부르고 달려와 안긴다. 그럴 때 사랑이라는 따뜻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번 국립초등학교 5학년인 남짜이타오양도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지금은 어렵지 않고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또 “예전에는 나무 막대기로 놀았는데 봉사단 덕분에 놀이시설이 생겨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덧붙였다. ■ 다채로운 문화 교류 청년들은 나번 국립초등학교의 시설 보수 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교육팀에 소속된 청년들은 한글 교육을 비롯해 액체 괴물 만들기, 색칠 공부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특히 ‘한글’을 처음 접해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글 교육은 아이들은 물론, 현지 선생님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청년들은 한글 자모를 비롯해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을 교육했다. 어려워하던 아이들도 이내 밝은 표정으로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교육팀 김유정(베르다·21)씨는 “한글을 가르쳐줌으로써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접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에게도 폭넓은 세상과 언어가 존재함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도 청년봉사단이 떠나는 날 김민수 신부와 청년들, 서울 청담동본당 해외선교후원회를 위해 정성으로 준비한 공연과 여러 행사를 선보였다. 나번 국립초등학교 아이들은 그간 준비해온 라오스 전통춤을, 푸른하늘배움터 학생들은 춤과 더불어 한국어로 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라오스와 청년들의 만남은 단순한 봉사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현지 주민들은 나눔을 위해 찾아온 청년들에게 ‘나눔의 행복’을 선사했다.라오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