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미사시간에 휴대폰 들여다보는 버릇,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02-20 수정일 2018-02-20 발행일 2018-02-25 제 308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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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의 거룩한 만남 위해 잠시 꺼두면 어떨까요

【질문】미사시간에 휴대폰 들여다보는 버릇,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최근 미사 때 휴대폰을 보지 말라고 하셨는데요. 물론 미사 때에는 미사에 집중하고 딴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습관적으로 미사 시간에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버릇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성가나 기도문 등을 휴대폰으로 보는 것도 안되는 것인가요?

【답변】하느님과의 거룩한 만남 위해 잠시 꺼두면 어떨까요

우리는 휴대폰으로 둘러싸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잠에서 깨면 우선 휴대폰부터 들여다 보고 일과를 시작합니다. 휴대폰은 이미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저도 휴대폰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매일미사 경본도 읽고, 뉴스도 보고, 웹툰도 보고, 일정도 확인하면서 그 편리함에 감탄합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규정을 잘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규칙 준수나 강제 규정 등은 우리 삶에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속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본질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상담을 하다 보면 어떤 분들은 자꾸 다른 사람의 평가나 시선에 많은 신경을 쓰면서 지내는 것을 봅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싫어하지는 않을까 등등의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갑니다.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미사 시작 전에 해설자가 휴대폰을 꺼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하느님께 찬미를 올리는 시간이니 서로 배려하며 공동체의 시간, 하느님과의 만남의 시간을 소중히 하자는 뜻일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이 지시로 들릴 수도 있고 강제 규정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미사 중에 아무 때나 휴대폰을 들여다 볼 수도 있겠지만, 아마 강론시간에 들여다 보는 신자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는 몇날 며칠을 고민하면서 만든 강론일 테지만 듣는 분들에게 와 닿지 않을 경우에는 지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복음 봉독이 끝나고 나면 주보를 펼쳐 드는 소리가 자주 들리기도 했습니다. 강론을 하는 신부에게는 참 답답한 노릇일 것입니다. 물론 독서나 복음을 들으면서 휴대폰을 통해 눈으로 따라 읽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일반적으로 독서나 복음은 말로 전해지는 소리이기에 소리에 집중을 하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이해하도록 권고되고 있습니다.

미사 중에 아주 급한 전화가 올 예정이라면 켜 놓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미사 시간을 바꾸어서 참례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면 융통성이 부족하고 여유롭지 못하게 됩니다. 자기의 방식만을 너무 앞세우면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너무 보아서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곤란하지만, 남의 입장은 생각지 않고 자기의 편리함만 앞세우는 것도 남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에 중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아시다시피 학생들을 교육하는데 있어서 휴대폰이 아주 큰 이슈로 등장을 한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벌을 주고 하는, 소위 행동주의 학습 이론에 의해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처럼 혹시 하느님께 대한 예의를 못 지키니까 꾸짖음을 받아서라도 나쁜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시지는 않는지요?

‘버릇을 고치다’라는 말은 윗사람에 대해서 지켜야 할 잘못된 예의를 호되게 꾸짖어서 고쳐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는 것이지, 꾸짖음을 듣기 위해서 교회에 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교회도 많은 사람이 함께 모이는 집단이기에 교회의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 있을 것이고 이것이 교회의 규칙일 것입니다. 이런 교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인 행동을 하느님과의 거룩한 만남인 미사에서만큼은 절제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은 하느님이 칭찬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내게 지혜를 주신 분께 영광을 드리리라.”(집회서 51,17)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