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십자가의 삶으로

박인수(안드레아)
입력일 2018-02-20 수정일 2018-02-20 발행일 2018-02-25 제 308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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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은 청주교도소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죄로 인해 구속이 되었고 재판을 통해 11년의 형을 선고받고 현재 4년 넘게 수인의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 죄인입니다. 죄인의 몸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너무도 부끄럽고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믿음으로 용기를 내게 되었고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아직 많은 시간들을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주님께서 저와 함께 하시기에 두렵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사랑의 주님, 저의 나약하고 어리석음을 용서하소서.

십자가의 예수님을 생각하고 기도하게 하여 주시고

주님을 떠나 죄악 속에 물들었던 저의 죄 주님의 성혈로 씻어주소서.

이전의 저를 버리고 주님의 눈으로 새롭게 보게 하시며

주님의 은총 아래 십자가의 신앙을 간직하고 짊어진 채 순명하며 살게 하소서.

새날 믿음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저의 나약함을 용서하시고

저의 숨 쉬는 순간마다 개입하시고 매 순간 주님의 깊은 뜻으로 채워주소서.

저의 영혼이 병들지 않게 해주시고 욕심과 죄에서 저를 해방시켜 주소서.

모든 것 다 잃어도 주님을 사랑하는 믿음 잃지 않게 해주시어

영원한 생명 얻어 누리게 하소서.

주님께서 내려주신 저의 삶, 제게 허락된 시간을 순명하며 믿음으로 살게 하시고

어리석음과 후회로 보내지 않게 하소서.

주님의 품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주님께 청하오니 언제나 저와 함께 해주시고 늘 깨어 있어 숨결처럼 오시는 주님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소서.

주님의 사명을 완수하기까지 받는 고통들도 기쁘게 이겨낼 수 있게 하소서.

저의 모든 삶을 통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드러내게 하시고

이 세상을 비추는 작은 불꽃 되게 하소서.

불꽃 다하여 이 세상을 떠나 주님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은 주님의 자녀 되게 하소서.

제가 짊어진 이 십자가는 저의 삶이며 주님께 가는 저의 길입니다.

저의 힘이며 모든 것이신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합니다.

박인수(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