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복음화 현장을 찾아서] 해병대 제1사단 충무대본당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2-06 수정일 2018-02-06 발행일 2018-02-11 제 3082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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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높은 훈련보다 더 깊은 영적 위로 전해
6·25 당시 설립된 충무대본당 
해병대 역사와 맥을 같이하며 대원들 신앙생활 꾸준히 돌봐
성모회 비롯한 단체 회원들도 전례·간식 봉사 앞장서며 도와
본당 방문한 대구 군종후원회 후원금 전달하며 군사목 지원

1월 31일 해병대 제1사단 충무대성당에서 봉헌되는 미사에 참례한 해병대원들. 충무대본당은 6·25전쟁 중이던 1953년 설립돼 해병대와 생사고락을 함께해 왔다.

1월의 마지막 날 군종교구 포항 해병대 제1사단 충무대본당(주임 김혁민 신부)은 평소와는 다른 풍경의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 참례한 해병대원들도 낯선 사제들이 공동집전 하는 미사에 신선함과 감동을 느끼는 듯 보였다.

■ 성당을 찾은 반가운 손님들

김혁민 신부의 해군 군종신부 선배로 서로 끈끈한 정을 나눴던 이영탁 신부(가톨릭신문 주간)와 공군 군종신부 출신인 이수승 신부(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 담당)가 매주 수요일 오후 1시30분 충무대본당에서 봉헌되는 미사에 함께했다. 김 신부는 이날 오후 1시 무렵 일찌감치 부대 출입문에 나와 두 신부와 대구 군종후원회 김경미(밥티스타) 포항지역장 등을 반갑게 맞이했다.

해병대 제1사단은 수요일 오전은 정훈교육, 오후는 체육활동과 휴식으로 보내지만 종교활동을 원하는 대원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종교예식에 참석하고 있다. 그런 만큼 수요일 오후 충무대본당으로 향하는 해병대원들의 발길에는 육체적 휴식보다 정신적 위안을 찾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오후 1시30분이 가까워오자 각 대대별로 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충무대성당 좌석을 채워나갔다. 보기만 해도 늠름하고 건장한 해병대원 70여 명이 모였다.

김 신부는 예수께서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했다는 이날 복음(마르 6,1-6)을 주제로 대원들에게 편견과 선입견을 갖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저도 사람을 외형으로 평가했다가 실수도 하고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대원 여러분들을 계급이 아닌 하느님의 모상으로 바라보겠습니다.”

충무대본당 주임 김혁민 신부(가운데)와 본당 수녀, 성모회 회원, 군종병 등이 함께한 모습.

■ 군인들끼리 통하는 동질감

김 신부는 미사를 마치기 전 “군종신부로 전국 여러 곳을 다니고 있지만 대구 군종후원회와 대구대교구 본당들처럼 군본당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따뜻이 대해주는 곳은 많지 않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영탁 신부는 “군종신부 생활을 포함해 7년 동안 군생활 했다”고 운을 떼고 “저보다 오랜 시간 군종신부로 살면서 대원들을 위해 변함없이 사목하시는 김혁민 신부님을 존경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원해서 해병대에 온 여러분도 존경한다”고 밝혔다. 미사에 함께한 해병대원들은 군인들을 위해 군종사제로 사목했던 신부들에게 진한 동질감을 발견한 듯 시선을 고정한 채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2주 뒤에 전역하는 전준상 병장은 전역 전에 성당에 한 번 오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날 처음 충무대성당을 찾았다. 그는 “미사 예절이 좀 낯설기도 했지만 신부님들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아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면서 “전역하면 민간 성당에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충무대본당 군종병 김태웅(루카) 상병은 “본당 주임신부님께서 성당에서만큼은 대원들이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간식을 손수 챙기시고 휴가도 보내주려고 노력하시는 등 대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신다”며 똑같은 해병 군복을 입은 김 신부의 사목 열정을 대변했다.

충무대본당을 방문한 이수승 신부(오른쪽)가 김혁민 신부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 해병대와 역사를 함께한 충무대본당

충무대본당과 ‘해병대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해병대 제1사단은 각각 1953년 5월 20일, 1955년 1월 15일 설립·창설돼 충무대본당의 역사가 곧 해병대의 역사라고 할 만큼 생사고락을 같이 해왔다. 성당 1층 벽에 걸린 충무대본당 초대 주임 김창석 신부로부터 현 제35대 김혁민 신부까지 역대 주임신부들의 사진만 봐도 충무대본당과 해병대의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 명예를 엿볼 수 있다. 대성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한 편에 놓여 있는 충무대본당 설립 60주년 기념 전 신자 성경필사본은 충무대본당 설립 이래 해병대 제1사단에서 천주교 신앙생활을 했던 대원들의 땀과 눈물, 환희와 감사는 물론 종교를 초월한 뜨거운 전우애가 응축된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김 신부는 “지난해 11월 포항에 지진이 났을 때도 대원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해 모여들었던 곳이 충무대본당이었다”고 말했다. 충무대본당이 해병대 제1사단에서 차지하는 정신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충무대본당 성모회와 사목회, 레지오 마리애 등 평신도단체와 전교수녀, 군종병들은 특유의 해병대정신으로 혼연일체가 돼 미사 전례를 맡고 간식봉사에도 앞장선다. 김 신부를 중심으로 한 본당 공동체는 하느님을 알기 원하는 해병대 장병들에게 매년 주님 부활 대축일, 성모 승천 대축일, 주님 성탄 대축일에 세례성사를 베푸는 등 군복음화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충무대성당 전경.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