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가족Ⅰ / 손서정

손서정(베아트릭스) 평화활동가
입력일 2018-02-06 수정일 2018-02-12 발행일 2018-02-11 제 308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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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염원하던 ‘평화의 불꽃’이 드디어 평창에 도착해 세계인의 평화축제가 시작됐다. 더불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도 곧 시작된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조상들에게 감사하며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는 가족잔치와 세계 구석구석에서 열정과 관심으로 주목하는 세계인의 잔치인 올림픽이 같은 시점에 연결돼 있다는 것이 결코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여럿이 모이는 명절이 되면 반가움과 기대뿐만 아니라 음식 장만과 소소한 다툼들에 대한 염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족 간에 다툼이 벌어지는 이유는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지나쳐서 적절한 시점과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내뱉은 사소한 말 한마디가 종종 근원이 된다. 어떤 경우는 조바심에서 나온 조언이나 들은 소문을 여과 없이 전달함이 원인이 되고, 지난 시간 동안 자신이 겪은 어려움에 대한 푸념이나 그간 이뤄낸 성과를 철없이 자랑함이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처럼 모인 귀중한 시간을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 안의 생각을 말이라는 것으로 밖으로 내놓기 전에 혹여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오만한 시선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진실한 마음이 아닌 비뚤어진 시각으로 남을 중상모략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말하는 방식이나 태도가 너무 비판적이거나 날카롭지는 않은가, 가족의 화목보다 나의 편리에 치우쳐 나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는 않은가를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장 작은 사회 집단인 가정에서의 불화의 원인과 우리 사회와 지구공동체의 분열과 다툼의 시작은 과히 다르지 않다. 이번 평창올림픽에 모인 전 세계 구성원이 행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이 땅에서 우리가 보이는 환대나 경멸의 언어와 행동이 얼마나 많은 뉴스거리를 제공하고, 다채로운 감동 아니면 반면교사의 교훈을 줄는지는 감히 상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건은 설날 가족들이 모인 거실에서, 세계인이 모인 평창올림픽 현장에서 감동을 전하고 화합을 드높일 것인지, 분열을 조장하고 논란을 일으킬 것인지가 나의 말 한마디와 작은 행동에 달려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실천이 가족의 화합과 평창올림픽의 성공뿐만 아니라 전 세계 평화를 이루는 데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맞춰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족 간에 다툼이 생기더라도 쉽게 풀리고 앙금이 남지 않는 것은 근원적인 사랑과 서로에 대한 믿음 덕분일 것이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더라도, 내 사상과 상반된 진영에 있더라도, 나의 이익과 다른 편에 있더라도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공동운명체의 한 가족임을 염두에 두고 서로를 믿고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가족 간 평화의 잔치 동안에도 같은 자리에 모일 수 없는 남과 북에 흩어진 가족들, 전 세계에서 터전을 잃고 헤매야만 하는 가족들이 평화의 잔치에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질 것이다.

손서정(베아트릭스) 평화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