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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부학연구회 대중판 교부 문헌 총서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출판기념회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18-02-06 수정일 2018-02-06 발행일 2018-02-11 제 308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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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번역한 교부들 가르침, 오늘날 신앙인의 길 제시해
10년간 매년 5권씩 번역 계획, 간결하고 명확하게 문헌 해설
가톨릭신문사, 교부학연구회와 협조하에 총서 완간까지 후원

한국교부학연구회 대중판 교부 문헌 총서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은 알기 쉬운 현대어로 번역돼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월 5일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총서 역자들이 자신이 번역한 책을 소개하며 웃고 있다. 왼쪽부터 하성수 박사, 노성기 신부, 최원오 교수. 사진 박원희 기자

한국교부학연구회(회장 장인산 신부)가 내놓은 대중판 교부 문헌 총서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은 교부학 연구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교회 언론을 대표하는 가톨릭신문사가 향후 10년간 총서 발간을 적극 후원하기로 해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앙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번역된 총서가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또 새로운 교부학 연구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자신감과 축하 분위기로 가득 찼던 출판기념회 현장을 소개한다.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

한국교부학연구회는 신앙과 삶을 일치시켜줄 수 있는 실천 주제들을 엄선해 한국 현실에 꼭 필요한 교부 문헌을 골라 10년간 해마다 다섯 권씩 펴낼 예정이다. 교부 시대로 일컬어지는 기원후 1세기부터 7~8세기는 그리스도교 사상사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시대였다. 교부들은 당대 최고 지성인이며 헌신적인 사목자였고 신학과 수행을 일치시켰던 수도자였다.

총서에서는 서구 사상 주춧돌이 된 이들 교부들의 문헌을 간결하고 명확한 우리말로 번역했다. 그리스도교 사상 원류를 찾는 이들이나 종교에 관심 없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소개된 총서는 모두 3권이다.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역주 제1권은 대(大) 바실리우스의 ‘내 곳간들을 헐어내리라’, ‘부자에 관한 강해’, ‘기근과 가뭄 때 행한 강해’, ‘고리대금업자 반박’ 등 4개 문헌을 다뤘다. 바실리우스는 로마제국 상류층 출신으로 세례받은 후 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했다. 제1권에서는 바실리우스가 행한 4편의 강해를 소개함으로써 가난과 고통을 목도한 고대 사목자의 뜨겁고 격렬한 권고를 담았다. 노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배려와 사랑은 그리스도교 실천사항 중 가장 중요하다”며 “바실리우스의 호소를 통해 하느님이 강조하신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권에서 한국교부학연구회 선임연구원 하성수(시몬) 박사는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문헌인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를 번역했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고정된 공식을 피하고 질문하며 연구하던 사상가였다. 생몰 연도 등은 불확실하지만 기원후 180년경 대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정착하면서 “부자들이 재물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생명을 얻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박사는 “당시 알렉산드리아 부자들은 현재 21세기 한국인으로 치환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며 “물신이 힘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그리스도교와 부의 문제를 숙고한 고대 사상가의 생각을 잘 알 수 있다”고 문헌 의미를 밝혔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제3권에서 키프리아누스의 ‘선행과 자선’, ‘인내의 유익’, ‘시기와 질투’ 등 3개 문헌을 번역했다. 3세기 초 북아프리카 카르타고 부유한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키프리아누스는 세례를 받고 전 재산을 공동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다. 카르타고 주교가 되고나서 258년 순교할 때까지 험난한 박해를 견뎌내야 했지만 그 속에서도 많은 문헌을 남겼다. 최 교수는 “‘선행과 자선’은 그리스도교 최초의 사회 교리서라고 할 수 있다”며 “키프리아누스는 고난을 겪고 있는 민중과 함께 아파하며 연대할 것을 호소한 위대한 교부”라고 설명했다.

출판기념회 참석 내빈과 한국교부학연구회 회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월 5일 오후 5시 세종시 전의면 정하상교육회관에서 열린 대중판 총서 출판기념회에는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와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가 참석해 축하 분위기를 더했다. 한국교부학연구회 측은 수원하상교부학연구회(대표 김기숙) 등 이날 참석자 모두에게 간행된 총서를 선물하기도 했다.

장 주교는 “한국교부학연구회와 분도출판사, 그리고 가톨릭신문의 후원으로 교부 문헌 총서가 발간되게 돼 기쁘다”며 “신앙의 지침이 될 교부 문헌 번역 작업에 앞으로도 모든 한국교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교부 문헌 번역에 한국교회 각 교구가 더욱 힘차게 나서줬으면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초대교회에서 성과를 이룩한 교부들의 문헌을 대중판으로 번역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라며 “이같은 번역 작업과 관련된 인재들을 한국교회 교구들이 적극 나서 많이 양성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성기 신부 등 총서 역자들은 “도움과 후원으로 앞으로 총서 번역 작업에 큰 힘을 받게 됐다”며 “적극 격려하고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국교부학연구회원 최원오 교수가 교부학 연구 분야에 새 이정표를 세우겠다는 포부를 말하고 있다.

◆ 총서 제1권 번역한 노성기 신부

“신학적 주제보다 사랑과 자선 실천 같은 현실적 주제로 선택”

“신앙인의 정체성인 사랑과 자선 실천을 책에 담아내는 것이 저희들의 목표이자 사명입니다. 총서가 완간될 때까지 아낌없는 후원을 약속해주신 가톨릭신문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국교부학연구회가 펴낸 총서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그 장대한 시작을 알리는 제1권을 성공적으로 번역한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는 2월 5일 열린 출판기념회에 앞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한국교부학연구회가 향후 10년간 50권에 달하는 번역서를 출간하기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은 5년 전의 일이다. 노 신부는 “그때부터 약 20차례 모임을 갖고 수많은 토론과 논의를 거쳤었다”며 “사회와 교회의 문제점, 그리고 독서에 대한 의식 상태를 면밀히 조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사를 통해 나온 결론은 크게 세 가지였다. 한국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 종파를 초월해 종교인 대부분이 ‘신앙 따로 삶 따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현대인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론에 따라 교부 문헌 번역 대원칙을 세웠다. 노 신부는 “신학적인 주제보다는 신앙과 삶을 일치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주제,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책 분량은 200페이지 내외로 간소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 한국교부학연구회가 출범할 당시 초대 회장이었던 고(故) 이형우 아빠스의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교부학연구회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총서 출간에 많은 도움을 준 신부들과 교부학 1세대 학자들, 분도출판사에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가슴 벅찬 번역 작업이 무사히 이뤄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