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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홍콩교구장 응밍층 주교 대담

정리·사진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02-06 수정일 2018-02-06 발행일 2018-02-11 제 3082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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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과 대화하는 교회의 나눔 여정 계속됩니다”
홍콩도 뚜렷한 고령화 추세… 젊은이 경제 불안 심각
올해 ‘청년의 해’로 정하고 그들 생각 청취할 방안 모색
한국교회와 지속 가능한 청년 교류 기회 만들고 싶어

홍콩은 오랫동안 중국으로 향하는 관문이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홍콩교구는 중국교회와 보편교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본토로 향하는 길목에서 170여 년에 걸쳐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전해 온 홍콩교구. 본지 장병일 편집국장은 최근 홍콩교구청 교구장 집무실에서 응밍층(楊鳴章) 주교를 만나 홍콩교구의 주요 사목활동을 비롯해 교황청과 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올해 72세인 응 주교는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언론학, 하버드대에서 철학과 교육학을 전공하고 홍콩교구 홍보국장, 홍콩 카리타스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에 주교로 임명, 지난해 8월 1일부터 홍콩교구장직을 맡고 있다.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홍콩의 가톨릭교회 역사는 1841년 시작했습니다. 작년 8월 말 기준으로는 외국인 포함해 신자 수 59만 명, 본당 수 52개의 큰 교구로 성장했는데요, 홍콩교구의 최대 사목 과제를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응밍층 주교(이하 응 주교) : 최근 홍콩 사회는 두 가지 큰 특징을 보입니다. 우선 교회는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고령화 추세입니다. 평균연령이 일본과 비슷하지요. 또 홍콩이 상업의 중심지이다 보니 모든 사고의 중심에 경제가 있습니다. 심지어 신자들은 주일미사 중에도 홍콩 경제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 기도하죠. 이런 사회 분위기 안에서 미사 참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 본당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수가 평균 300~400여 명인데요. 홍콩에서는 본당과 공소를 포함해 매주 90곳에서 주일 미사를 봉헌합니다. 한 곳에서 400명이 참례한다고 해도 3만6000명, 본당에 주일 미사가 3대씩 있다고 해도 한 주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는 11만 명밖에 안됩니다. 나머지 신자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우리의 숙제입니다.

▲장 국장 : 주교님께선 올해를 홍콩교구 ‘청년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올 10월 교황청에서 청년을 주제로 세계주교시노드를 여는 만큼 시의적절한 사목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의 해를 선포한 이유에 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

-응 주교 : 저는 청년들에게 ‘교회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지’ 항상 묻고 다닙니다. 그리고 청년들이 하는 이야기를 교구 사제들이나 신자들에게 전하고 있어요. 교회는 청년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올해를 특별히 청년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홍콩교구장 응밍층 주교는 틈이 날 때마다 교구 사제들에게 “청년이나 노인 등을 찾아가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것을 바라는지 들으라고 당부한다”고 말한다.

▲장 국장 : 한국의 경우에도 청년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난 등을 겪고 있습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세대’를 넘어 취업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세대’로 불리고 있지요. 홍콩 청년들의 경우는 어떠한가요.

-응 주교 : 제가 어릴 때 부모님과 남동생, 여동생 등 우리 가족 5명은 지금 제 집무실 정도 크기의 아파트에서 살았어요(응 주교의 집무실은 10평 남짓한 크기였다). 좁은 아파트를 두 개의 방으로 나눠, 하나는 가족들이 한데 지내는 방으로 쓰고 하나는 부엌과 화장실로 사용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우리 가족은 너무 좁은 곳에서 함께 살았어요. 하지만 지금 홍콩의 청년들은 그마저도 구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렇게 좁은 곳에서 부모에게 얹혀 사는 청년들이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겠어요? 홍콩의 청년들은 평생을 일해도 집을 살 수 없을 정도의 처지랍니다.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도 경제적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미래는 너무 어두워 보여요. 희망을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죠. 홍콩교구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청년들을 위한 사목활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장 국장 : 구체적으로 청년들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해 주신다면.

-응 주교 : 지난 대림 제1주일을 시작하면서 청년의 해를 선포했는데요, 사목교서에는 청년에 대한 특정 내용을 담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있었죠. 청년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거든요. 홍콩에서 봉헌되는 미사에 20대 청년들을 보긴 어렵습니다. 대부분 신자들은 40대 이상이죠. 청년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죠. 저는 틈이 날 때마다 교구 사제들에게 청년들을 찾아가 이들이 바라는 것을 들으라고 당부합니다. 다양한 평신도 단체들에게도 청년들에 다가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라고 권유하죠. 특히 교구 가톨릭교육부는 학교 운영만이 아니라 학교를 통해 청년들에게 접근하고 청년들의 생각을 들을 방법을 찾고 있어요. 가톨릭교육부는 학생 감소로 비어 있는 교실을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사무실로 빌려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장 국장 : 홍콩교구는 보건과 교육, 사회복지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요. 특히 주교님께선 오랫동안 홍콩 카리타스 총재도 역임하셨지요. 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언해주신다면.

-응 주교 :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 좀 더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이들뿐만 아니라 사회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배려해야 합니다. 노인들이 그 대표적인 예죠. 아무도 돌봐줄 사람 없이 쓸쓸히 혼자 죽어가는 노인들을 찾아가 이들의 안부를 묻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 교회가 할 역할입니다. 교회의 사회복지 일꾼들은 ‘소파의 안락함’을 버리고 ‘신발을 갈아 신고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예수의 눈으로 이웃 한 명 한 명을 바라보고 예수의 연민과 동정으로 이들을 돌봐야 합니다. 소외된 이들이 모두 우리의 예수라고 생각하고 봉사해야 하는 것이죠. 얼마 전 주일에 주교좌성당에서 고해성사를 주고 있는데 노숙자가 들어왔어요. 몸에서는 심한 악취가 났고 죄를 고백할 때 입 냄새가 너무 심했어요. 하지만 저는 이 사람을 예수라고 여기고 이 사람을 예수의 눈으로 바라봐야 했죠. 이렇게 우리의 인식이 바뀐다면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교구의 나눔 여정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 국장 :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중국으로 반환된 이래 특별행정자치구로서 ‘1국가 2체제’라는 원칙 아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홍콩교회와 중국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응 주교 : 홍콩교구와 중국 정부와의 관계는 기준에 따라 절대적인 답이 없어요. 어떤 기준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상대적이죠. 홍콩교회와 중국정부의 관계는 진전될 여지가 있다고만 답하겠습니다.

▲장 국장 : 현재 교황청과 중국은 관계 정상화를 위해 주교 임명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주교님께서는 향후 양국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응 주교 : 저는 교황청과 중국의 협상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중국이 주교 임명권을 두고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역사 전체를 보면, 공산당이 중국을 지배한 역사는 아주 짧습니다. 불과 70년이 채 되지 않죠. 교황청과 미국은 지난 1984년 대사급 외교관계를 다시 시작했는데, 이렇게 외교관계를 재개하는데 100년이 넘게 걸렸어요. 교황청과 영국의 외교관계 복원에는 무려 400여 년의 시간이 걸렸죠. 교황청과 중국의 외교관계 수립에도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장 국장 : 최근 홍콩교구와 한국교회의 교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양 교회의 연대를 강화시키는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응 주교 : 저는 한국교회의 활동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향후 한국교회와 더욱 자주 접촉해 서로 간에 이해를 높이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특히 양국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함께 교류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다만 불꽃놀이처럼 한 번 화려하게 터지고 없어지고 마는 행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교류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장 국장 : 감사합니다.

홍콩교구장 집무실에서 응밍층 주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본지 장병일 편집국장(오른쪽).

정리·사진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