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자립 마을
성당이 마을 안으로 들어간 또 하나의 사례로 전라북도 부안 등용마을을 꼽을 수 있다. 2003년 핵폐기장 반대 운동을 통해 부안 주민들은 생태와 환경,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됐다.
반대 운동이 일단락된 뒤 에너지 자립 마을의 꿈이 펼쳐졌다. 2005년 전주교구 부안성당, 등용성당 교육관, 등용마을, 원불교 부안교당에 시민햇빛발전소를 설립했다.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등용마을은 60여 명 주민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주민 80%가 신자들이다. 등용마을을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 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을 위한 햇빛발전소와 지열 냉난방 시스템, 태양열 온수기 등을 설치했고, 주민 교육을 이어갔다. 2015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고 총 사용 에너지 50%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으로 대체하는 마을 에너지의 전환을 목표로 했다.
시민단체 ‘부안시민발전소’가 에너지 자립 마을 만들기를 이끌었다. 부안시민발전소는 2005년 핵폐기물 처리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에너지 자급 문제를 고민하면서 만들었다. 사단법인 생명평화마중물, 그리고 등용본당이 든든한 뒷받침을 했다.
에너지 자립 마을이 실현된 지금, 마을 주민들은 등용본당을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의 회복을 꿈꾼다. 에너지 자립 마을에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살기 좋은 마을, 하느님의 창조 질서가 온전히 보전되고 형제애를 나누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공동체적인 협동이 해법
전곡본당의 협동조합 실험이나 등용마을 에너지 자립 마을은 공통적으로 공동체적인 협동을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의 해법으로 삼았다. 본당은 고립된 폐쇄적 집단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는 열린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마을 속으로 들어간 성당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국교회 안에서도 가톨릭농민회, 도시빈민공동체 등 대안 공동체 운동의 주목할 만한 사례들이 있다. 한국교회가 현재 미래사목의 대안으로서 26년째 추진하고 있는 소공동체 역시 ‘대안 공동체 운동’의 하나로 도입했다. 소공동체는 “공의회 정신을 구현하고 복음화 사명을 촉진할 수 있는 ‘대안 공동체’로서 여러 지역 교회에 다양한 형태로 확산”됐다.(가톨릭신문 2007년 4월 15일자,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기사 중) 경동현(안드레아)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은 소공동체를 “교회의 중산층화와 대형화된 제도 교회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교회 차원의 대안 공동체 운동으로 평가했다.
소공동체의 성과에 대해서는 현재 상반된 평가들이 공존한다. 교회 내 친교의 공동체 형성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한국교회의 소공동체가 출범 당시부터 ‘교회 밖’을 고려하거나 포함하지 않았으며 이는 “세상 속의 교회로 나아가고자 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거스른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