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성베드로대성당에 전자오르간 안 돼”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8-01-30 수정일 2018-01-30 발행일 2018-02-04 제 308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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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오르간협회, 반대 의사 표명 

로마 성베드로대성당의 전자오르간. 알렌 오르간 DC 제공

최근 이탈리아 로마 성베드로대성당에 설치된 전자오르간으로 유럽 교회음악계가 술렁이고 있다.

독일 가톨릭 포털 ‘katholisch.de’에 따르면 이탈리아 오르간협회(Association of Italian Organists)는 지난 1월 성베드로대성당의 전자오르간 설치에 반대하는 공식 서한을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 로베르 사라 추기경에게 보내는 한편 이에 대한 온라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협회는 서한에서 “가톨릭 본산인 성베드로대성당의 전자오르간 설치는 이탈리아와 전 유럽의 음악가들, 또 오르가니스트들과 오르간 업체들, 악기 제조사와 음악 예술 애호가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능한 다른 대책을 찾아줄 것”을 호소했다. 협회가 주관한 온라인 서명에는 1월 15일 기준 1만 명에 가까운 이들이 동참, 성베드로대성당 전자오르간 설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협회는 “새 전자오르간이 파이프오르간의 음색을 ‘서투른 방식으로’ 흉내 내려 하지만, 이는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성베드로대성당의 품위에 맞지 않다”면서 ‘총체적인 문화적 붕괴의 상징’ 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성베드로대성당의 전자오르간은 지난해 12월 24일 주님성탄대축일 밤미사에서 처음 선보였다. 바티칸뉴스는 교황청 성시스티나성당 성가대 감독인 팔롬벨라 몬시뇰 말을 인용, “전자오르간이 1만5000㎡의 대성당 공간을 기존 파이프오르간 보다 더 잘 채워주었고, 그간 파이프오르간 선율이 마이크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소음 현상 등을 없애줬다”고 보도했다.

전자오르간 설치에 반대하는 이들은 ‘음량 문제 해결을 위한 선택’이라는 교황청 의견에 ‘궁색한 해결책’이라는 목소리다.

「전례사전」에 따르면 오르간은 교회가 공적 경배에서 정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인가한 건반 악기다. 14세기에는 특별한 교황의 칙서나 공의회 결정이 없었음에도 교회의 거룩한 악기로 자리를 잡았고, 트리엔트공의회는 오르간을 교회 전통악기로 지정했다.

「거룩한 전례의 음악에 관한 훈령」에서는 ‘파이프오르간은 전통적 악기로서 크게 존중돼야 한다’(62항)고 강조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