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14) 교황이 고향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이유 / 존 알렌 주니어

존 알렌 주니어 (크럭스 편집장)
입력일 2018-01-30 수정일 2018-06-27 발행일 2018-02-04 제 3081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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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사회·정치 문제 거론한 데다 칠레의 아르헨티나에 대한 반감 겹쳐
“교황직도 실패와 성공으로 이뤄지며 두 가지 모두를 균형 있게 평가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남미의 칠레와 페루 방문으로 22번째 해외 사목방문을 마쳤다. 언론은 교황의 이번 남미 사목방문에 대해 성공이냐 실패냐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교황의 이번 남미 방문이 사실상 최초의 실패로 거론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고 말한 것과 연장선상에 있다. 교황은 이번 사목방문 중 칠레에서 성직자 성추행 문제에 대해 잘못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사제 성추행을 은폐하려 했다고 고발된 한 주교를 두둔한 대목이 논란을 일으켰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교황은 성추행 피해자들을 따로 만나 이들의 경험담과 이들이 겪은 고통을 들었다. 교황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했고 다시 한 번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하지만 교황은 동시에 성직자 성추행을 은폐했다고 지목된 4명의 칠레 주교 중 한 명인 후안 바로스 주교를 옹호했다.

교황은 2015년 바로스 주교를 오소르노교구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교황은 줄곧 바로스 주교를 교구장에서 해임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하지만 교황은 이를 거부했다. 교황은 이번 칠레 방문에서 바로스 주교 해임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중상모략’이라며 “바로스 주교의 결백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황의 입장은 바로스 주교의 해임을 요구하는 군중심리에 대한 단호한 거부로 평가된다. 또한 교회가 성직자 성추행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둘 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칠레 국민들은 성추행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로 교회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다. 이는 교황 방문 전부터 폭력적인 저항으로 이뤄졌다. 교황 방문 전후로 11곳의 교회가 공격을 받았으며, 한 번은 직접 교황을 겨냥하기도 했다.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교황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 최초의 교황으로, 우리는 그가 고향 땅에서 큰 환영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칠레의 교황 선호도는 53%로 남미에서 가장 낮았다. 남미 전체적으로는 68%로 높은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는 낮다.

교황이 남미에서 선호도가 낮은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교황은 세계 어디를 가든 사회·정치적 문제를 거론하지만 대부분 원칙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교황은 남미에 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따라서 교황의 이런 지적은 정파의 이익에 얽히게 되고 전체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된다.

두 번째로는 교황이 아르헨티나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와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다른 남미 국가와 국민들과는 다르다는 우월감을 갖고 있다. 이런 지역감정이 아르헨티나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칠레 국민들에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교황의 남미 방문은 그동안 해외 사목방문 중 가장 험난했다. 우리는 여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인생과 마찬가지로 교황직 역시 실패와 성공으로 이뤄지며 우리는 둘을 균형 있게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교황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

지금 남미의 상황은 극심한 양극화에서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많은 남미 사람들은 교황을 잘 알기 때문에 자비에 중심을 둔 교황의 사목에 열정적인 애정을 보내고 있다. 반면 다른 이들은 교황이 언제 실수를 하는지 혹은 그의 약점이 무엇인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아마도 남미 사람들이 교황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교황의 성공과 실패 모두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교황의 활동을 주시하며 결과를 평가하고 교황직의 성패를 한 그림에 담아야 할 것이다. 남미 지역은 우리가 이 그림을 완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존 알렌 주니어는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존 알렌 주니어 편집장은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그는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존 알렌 주니어 (크럭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