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프란치스코 교황 칠레·페루 사목방문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01-23 수정일 2018-01-24 발행일 2018-01-28 제 3080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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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부패 얼룩진 곳에 대화와 공존 싹 틔워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9일 페루 푸에르토 말도나도에서 아마존 원주민 대표단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이어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칠레와 페루 사목방문이 마무리됐다. 교황은 여섯 번째 중남미 순방에서 남미에서 만연하고 있는 인신매매와 환경파괴, 부패, 조직범죄를 비난했다. 동시에 교황은 정치적 긴장과 폭력적 갈등을 겪어 온 두 나라에 일치와 대화, 공존을 요청했다.

■ 원주민과 청년들에게 희망 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사목방문 동안 올해 10월 바티칸에서 열리는 청년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와 2019년 아마존 지역 문제를 주제로 여는 시노드를 겨냥해 청년들과 원주민을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1월 15일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한 교황은 3일 동안 칠레에 머물며 칠레의 청년들을 만나고 칠레 원주민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19일에는 페루 아마존의 중심도시인 푸에르토 말도나도를 방문해 원주민을 만나기도 했다.

교황이 어디를 가든 청년들의 열렬한 환영이 이어졌다. 교황은 칠레와 페루의 청년들에게 매일매일 결정의 순간에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당부했다. 또한 청년들에게 국가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계속 공부하고 일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정부 당국자들에게는 청년들의 교육과 이들이 직업을 가질 기회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교육은 변화를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공존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 “부패는 가난한 이웃과 지구에 해악”

교황의 이번 사목방문은 남미 지역이 정치적 갈등과 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가운데 이뤄져 큰 관심을 받았다. 페루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렛트가 건설수주 대가로 정치권에 건넨 뇌물 스캔들로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다.

교황은 간신히 탄핵을 피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과 외교사절을 향해 “부패는 사회의 악으로 모든 것을 감염시켜 가난한 이웃들과 우리 지구에 큰 해악을 끼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교황은 양국의 정치 및 사회 지도자들에게 돈과 권력이라는 “그릇된 신의 유혹”을 경고했으며 토착민과 청년, 이주민, 실업자, 어린이, 노인 등 국민의 소리를 들어 일치를 이룰 것을 권고했다.

칠레와 페루는 최근 원주민 지역에서 시행되는 대규모 개발공사로 폭력적 갈등을 겪어왔다. 칠레 남부 마푸체 지역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 스페인 식민주의자, 독립 뒤에 들어온 정착민들과 계속해서 싸워왔다. 계속되는 개발로 이들의 원시림은 파괴됐고 샘과 냇물은 말라버렸다.

교황은 마푸체 원주민들과 정착민들에게 일치를 강조하며 “각각의 민족과 문화는 이 땅에 축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각각의 민족이 갖고 있는 문화적 부가 필요하다”면서 “어느 문화가 우월하고 어느 문화가 열등한가를 따지는 문화부터 버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 성직자 중심주의 비난

교황은 칠레와 페루에서 각각 사제, 수도자, 신학생들을 만나 이들에게 자신들의 뿌리를 기억하고 상처받은 세상을 감싸 안으며 희망을 전하고 기쁨을 퍼뜨릴 것을 요청했다. 주교들을 향해서는 성추행과 교회 내 분열 문제를 지적했다.

교황은 16일 칠레에서 성추행 피해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교황은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을 은폐한 혐의로 고발된 후안 바로스 주교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비난을 샀다. 교황은 바로스 주교가 은폐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주교에 대한 고발은 모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황청은 카라디마 신부의 혐의가 밝혀지자 평생 동안 기도하며 반성하라는 징계를 내렸다.

교황은 칠레와 페루의 주교들에게 교회 안에서도 부패에 대항해 싸워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칠레 주교단에게 “성직주의는 주인이 아닌 종으로 백성에게 다가가시는 주님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다”면서 “교회의 사명은 몇몇 사제와 주교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교황은 페루 주교단에게 백성에게 다가가려 했던 성 투리비우스 선교사의 모범을 따라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사제들의 목자가 되어 일치를 이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교황은 21일 페루 리마 인근 라스팔마스 공군기지에서 130여 만 명의 신자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이번 순방을 마쳤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