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귀가 너무 얇아요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입력일 2018-01-23 수정일 2018-01-24 발행일 2018-01-28 제 308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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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따로 또 함께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

【질문】질문 귀가 너무 얇아요

40대 남성입니다. 귀가 너무 얇아 걱정입니다. 어려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항상 남의 말에 혹해 경솔한 짓을 저지르곤 합니다. 무슨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에도 제 스스로 판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이 다른 말을 하면 거기에 혹해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곤 합니다. 제가 성격적인 결함이 있는 것일까요?

【응답】서로 따로 또 함께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

누구든지 어느 순간 스스로가 타자에게 너무 의존적이라고 느껴지면 마음이 불편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가 있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의존하고 애착을 형성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인간의 공통된 속성입니다. 이러한 의존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불안과 욕망을 해소하려는 필수적인 속성이기도 하고, 개인이 독립적인 단계로 이행하기에 필요한 선행 단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독립적인 성인이라 하더라도 삶의 위기가 찾아오면 다시 의존적으로 퇴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립적인 사람들 안에도 개인적인 여건에 따라 의존성이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의존성은 자기 충족적이지 못하고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거나 허락, 애정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행동 특성을 말합니다. 특히 정서적인 의존성은 자신을 돌보는 사람 곁에 머물러 있으려는 속성을 말하고, 도구적 의존성은 독립적으로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없을 때 다른 사람의 힘에 의존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만큼 타자에게 의존하고 싶은 욕망이 아직도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독립성은 역설적이게도 충분하게 안전하고, 의존적인 양육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발달합니다. 즉 어린 시절 충분하게 수동적, 수용적, 의존적이었던 아이가 나중에 성인이 되면 좀 더 책임감 있고, 생산적이고,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스스로 생각하더라도, 과연 어떤 한 개인의 생각과 판단이 항상 합리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토마스 키다 교수는 2006년에 쓴 「생각의 오류」라는 책에서 ‘자신의 생각이라고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이 오류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1. 통계수치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2. 확인하고 싶어 한다 3. 삶에서 운과 우연의 일치가 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4.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5.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6.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가진 생각에 대한 오류들은 더더욱 무엇인가를 결정하는데 객관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개인이 모든 것을 독립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는 성숙은 의존적 단계(상대방이 주체)에서 출발해 독립적 단계(내가 주체)로, 그리고 상호의존적 단계(우리가 주체)로 점진적으로 발전하게 된답니다. 상호의존적인 사람들은 타인과 적절하게 각자의 자원을 활용하고 공유하면서 각자가 가진 잠재적인 능력을 활용하게 됩니다. 서로 함께한다는 것은 어쩌면 개인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면서 얻어낼 수 있는 것보다 좀 더 많은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혼자서 빛나는 법은 없습니다. 어쩌면 의존과 독립은 인간에게 있어 기본적인 욕구일 수 있습니다. 점점 세계는 좁아져가고 있는데, ‘주고-받음’의 건강한 상호의존성이 개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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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